Le 22 Avril 2015
사람들에 치이는 민박집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민박집에 묵고 있던 몇몇 사람들과 주인아주머니가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곳에 가기로 하고, 우선 근처 마트에 들려서 공원에서 마실 음료수와 샌드위치 등 간단한 주전부리 몇 가지를 사 들고 길을 나섰다. 공부도 하고 다이어리도 쓸 겸 필기구도 챙겨서 그렇게.
파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라 그런지 집들이 아담하니 귀여웠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 봄이 퍼져 있어 예뻤다. 집집마다 나무에 꽃망울이 톡, 톡, 맺혀 있었고, 곳곳에 뿌리내린 봄 햇살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조금 걸으니 작은 공원이 하나 나왔는데, 나는 ‘설마 저게 공원이겠어’하고 그냥 지나쳤다. 공원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작았고, 마을 주민들의 작은 쉼터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파리 곳곳에 그런 작은 공원이 많이 있는 줄 몰랐던 때였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니 뭔가 점점 이상함을 느꼈지만 나는 그냥 계속 걸었다. 나에게 시간은 충분히 많았으니까.
걷다 보니 결국 큰 도로가 나왔고, 근처에 방센숲 공원이 있는 걸 지도를 보고 알게 된 나는 이렇게 된 거 동네 작은 공원이 아닌 그 큰 공원엘 가기로 했다. 걷다 보니 푸른 물줄기가 보였고, 센강과는 사뭇 다른 강이 보였다. 강을 따라 조금 걷다 너무 많이 걷고 목도 말라서 빨리 공원에 가 휴식을 취하려고 지도를 켜고 방향을 다시 잡아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걷다 보니 도무지 어딘지 모르겠는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해 버리고 말았다. 걸어가긴 무리인 걸까, 길도 모르겠고 왠지 조금 무서워져 결국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제일 가까이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열심히 노선표를 들여다봤는데, 익숙하지 않은 노선표 모양에 잘 모르겠는 프랑스어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왔다. ‘난 분명 휴식을 취하러 나온 건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그래도 어디로든 가야겠다. 그게 민박집이든 공원이든.’ 그런 생각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한 번 집중해 버스 노선표를 보니 메트로가 표시되어 있는 게 보였다. 메트로를 타면,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가까운 메트로 역 아무 데서나 내리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한국에서 나는 버스를 잘 타지 않았다. 차가 막히고 안 막히고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달라지는 게 불안했다. 나는 통금이 있었고, 게다가 어렸을 때는 하지 않던 차 멀미를 크면서 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지하철보다 하늘을 볼 수 있는 버스가 좋은데. 매일 지하 세계로만 다니다 버스를 타면,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재밌기도 한데.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하보다 모든 게 보이는 지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더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오른 버스에서 나는 모든 신경을 내가 내려야 하는 곳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게 무슨 역이든 어떻게든 내가 아는 역과 연결되어 있는 메트로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야 나는 불안했던 마음을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친 마음에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 지금까지 헤맨 게 아까워 다시 한 번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방센숲 공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역이 있었다. 8호선 Porte Dorée 역이었는데, 내가 묵고 있는 숙소와도 가까웠다. 이리도 가까운 곳을 하루종일 헤맸다니,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동네 구경 실컷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놀이공원이 들어서 있어서인가, 역에서 내려 삼삼오오 모여 걸어가는 사람들 뒤를 따라가니 방센숲 공원에 금방 다다를 수 있었다. 나는 적당한 잔디밭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머플러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 그 위에 앉거나 눕거나 하며 혼자 사진도 찍고, 아침부터 들고 다닌 다이어리에 일기도 쓰고, 프랑스어 교재를 보며 공부도 하고, 샌드위치도 먹고 간식도 먹었다. 마트에서 맛있어 보여 샀던 과자는 대실패였지만, 그리고 하루종일 헤맸지만, 공원에서 그렇게 시간을 한참 보내고 나니 몸과 마음이 처음 집을 나설 때처럼 다시 가벼워졌다.
파리에서의 세 번째 날, 공원에서 한적하게 시간 보내기. 파리에서 해보고 싶던 일 중 한 가지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