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28 Avril 2015
그녀가 있어서 참 좋았다. 함께 밤의 반짝이는 에펠탑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으니까. 그렇지만, 오르세는 혼자 갔으면 더 좋았을 걸, 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오르세를 너무 늦게 간 게 잘못이었을까. 문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르세였지만, 그래도 나는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유명한 작품 앞에서 셀카를 찍기에 바빴고, 나는 그런 그녀를 따라다니기 바빴다.
보고 싶었던 작품이 나도 몇 개 있었다. 고흐와 밀레와 모네의 그림들. 그러나 그 그림들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가야 했거나, 아예 볼 수 없었다. 나는 언제든 또 올 수 있는, 여행자 아닌 이방인 아닌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었고, 언제든 또 올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오르세에 흥미를 점점 더 잃게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 시선을 조금 붙잡아 둔 작품들이 있었다. 고흐와 밀레와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나는 새벽의 공기를, 새벽에 하는 생각들을, 새벽의 달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새벽과 나는 참 많이 닮아 있다고,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하는 새벽과 나는 참 많이 닮아서 늘 무언가를 그렇게 그리워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햇빛도 참 좋아한다. 원래 모든 것엔 모순이 존재하니까. 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새벽과 닮아 있어서 햇빛을 동경하는 거였다. 티 없이 밝아 그리움조차 눈부시게 하는, 새벽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라서. 어쩌면 동경보단, 이상향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쳐 지나가듯 보았지만, 그 그림들 안에 그런 눈부심이 있었다. 그리움이 된 과거 현재들의 눈부심이. 노랗다가, 파랗다가, 녹색빛이었다가, 분홍빛이었다가. 미술관 곳곳에 걸려 있는 눈부심이 다양한 빛으로 나의 시선을 물들였고, 나는 그래서 괜찮아졌다. 여전히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고, 정신없이 작품들 사이를 걷는 와중이었지만.
그래도 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고, 폐관 시간이 되어 문을 닫는 미술관에서 나와 그녀의 안내로 따라갔던 크레페집은 너무도 좋았다. 그녀의 추천 메뉴는 정말 맛있었고, 파리에서 정말 제대로 된 맛있는 크레페집을 발견한 것 같아 기뻤다.
베르사이유까지 갔다가 그 앞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고, 루브르 카페에서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우연히 발견한 파리장식미술관에선 작은 선물을 받고, 오르세 미술관은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그러다 또 맛있는 크레페집을 발견하고. 좋았다가, 나빴다가, 그냥 그랬다가, 기뻤다가, 실망했다가. 원래 인생은 그런 거니까, 하루도 그런 거지. 어쨌든 그래서 괜찮았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