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20 Avril 2015
샤를드골공항에서 파리 숙소까지 어떻게 갈 지 고민이 많았다. 단순한 여행자도 아니고 아무리 짐을 거의 안 가지고 갔다고 해도, 이단으로 펼친 이민 가방 하나에 기내용 캐리어 하나, 노트북 가방, 손가방, 면세품이 든 쇼핑백까지, 그걸 모두 들고 가다간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며칠은 앓아 누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돈 좀 더 내더라도 편하게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간 있을 숙소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픽업을 해주기로 했다.
공항에서 카톡으로 민박집 아저씨와 연락하고 만났다. 비행기가 한국에서도, 대만에서도 연착돼 혹시 몰라 대만에서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연락해 두었는데, 다행인지 내가 먼저 와 아저씨를 기다리게 되었다. 공항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아저씨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아저씨를 만나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저씨 차는 대부분 프랑스의 것들이 그러하듯 연식이 아주 오래돼 보이는 차였다. 그렇지만 내 무거운 짐들을 싣기에는 충분했고, 민박집이 있는 곳까지 잘 굴러가 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길, 아저씨는 내게 이것저것 물었고 엄청난 걱정의 말들을 하셨다. 프랑스어도 못하는데 일은 어떻게 구하고, 집은 어찌할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집은 한국에서 미리 구해 놓았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다른 것들은 결정하고 온 것이 아니라 불안했는데,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아저씨에게-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이런 저런 말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민박집엔 오전 열 시가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 나는 침대 4개가 놓여 있는 여자 도미토리 방에 묵었는데, 그중 한 침대에서 누군가 자고 있어서 조심히 짐을 내려놓고 샤워실로 내려가 샤워부터 했다. 수화물 무게를 줄이겠다며, 겹겹이 옷을 껴입은 채 한국에서 대만으로, 또 대만에서 프랑스로 약 스무 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날아 온 나는 빨리 이전의 쌓인 것들을 벗겨내고 깨끗히 씻고 싶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예쁜 동네에 있었다. 숙소 대문에는 이름 모를 꽃이 한 아름 들어서 있고, 숙소 창문을 열면 초록초록한 식물들이 눈을 맑게 해주는, 동네도 집도 예뻤던 그런 곳에. 씻고 나와 숙소를 대충 둘러보고, 일단은 핸드폰이고 뭐고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핸드폰 유심칩을 사러 나가기로 했다. '파리에 왔으니 일단은 에펠탑부터 봐야지.' 그런 생각이 들어 에펠탑 근처로 유심칩을 사러 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메트로는 Maisons-Alfort Stade 였다. 교통카드인 나비고를 만들어야 해서, 역무원에게 잘 하지 못하는 프랑스어로 나비고 일 주일권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가 기계에서 만들면 된다고 말해주었는데,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지, 친절하게도 직접 나비고를 발급해 주었다. 게다가 가지고 간 증명 사진을 보고 예쁘게 나왔다고 칭찬도 해주고, 사진도 직접 잘라 붙여 주고, 이름도 써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시작이 좋았다. 파리 사람들은 불친절하다는데, 그는 전혀 불친절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편리하지만 더럽고 위험하다는 파리의 메트로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막상 메트로를 타보니 너무 안 좋은 얘기만 많이 들어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물론, 한국 지하철이 훨씬 편리하고 깨끗하지만.
한국에서 미리 알아봤을 때, 선불 유심칩은 Orange라는 곳에서 사는 게 좋다고 해서-지금은 생각이 바꼈다. 파리에서 선불유심칩을 사고자 한다면 프리모바일을 추천한다.- 에펠탑에서 가까운 Orange 매장을 찾아 갔다. 그런데 점심시간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유리 문에 적혀 있는 것을 보니 2시에 다시 문을 여는 것 같아 잠시 그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파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돌로 만든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피부와 머리 색이 다른 외국인들 사이, 내가 있었다. 서점 같아 보이는 곳에는 파리의 여러 모습을 담은 엽서들과 자석을 팔고 있었고, 길 모퉁이 꽃집에는 익숙한 꽃들과 처음 보는 꽃들이 한 가득 피어 있었다.
파리 구경을 하다 보니 금방 2시가 되어, Orange 매장으로 돌아가 유심칩을 샀다. 39.99유로에 전화 120분, 1,000개의 텍스트 문자, 1기가의 데이터를 유럽에서 약 2주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유심을 핸드폰에 장착한 나는 일단 한국에 전화를 걸어 파리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지도 어플을 켜, 에펠탑으로 가는 방법을 확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에펠탑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