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20 Avril 2015
영화나 드라마 혹은 누군가의 사진으로 이미 너무 많이 봐 버린 에펠탑. 과연 실제로 보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했다. 에펠탑을 제대로 마주하기 전, 모퉁이를 돌자마자 보이는 에펠탑의 머리만 보고도 어찌나 심장이 두근대던지. 그리고 조금 더 걸어 가까이에서 마주한 에펠탑. 파리답지 않았던 건물이 가장 파리답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을까. 나도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파리를 파리답게 만들어주는 에펠탑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게 꿈인가,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에펠탑이 맞나, 여기가 파린가 하면서. 처음 에펠탑을 마주한 그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거다. 꿈은 꿈속에 있어야 하는 것인데, 실재하는 꿈을 보다니,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 꿈속에 있는 것 같지만, 꿈속이 아닌 듯, 꿈속이 아니지만 꿈속에 있는 듯, 그런 기분.
하염없이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다 문득 허기가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을까 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아이들용 회전목마가 있는 곳 옆에 조그만 매점이 있는 게 보였다. 나 말고도 출출했는지 샌드위치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길래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게 주문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가지고 나는 아까보다 에펠탑이 더 커 보이고, 에펠탑과 더 가까운 곳으로 가 앉았다.
파리에서 처음 먹은 음식이 바게트 샌드위치라니, 꽤나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거대한 바게트는 너무 딱딱해서 한 번 씹을 때마다 턱에 고통을 안겨 주었고, 바닥에 날리는 빵가루를 탐내는 비둘기들이 자꾸만 모여 들었으니까. 결국, 나는 먹다 먹다 못 먹겠어서 결국 바게트 샌드위치를 반이나 남기고 말았다.
그치만 맛에 조금 실망 했을지는 몰라도, 양 볼이 꼬집힌 마냥 이곳이 파리구나, 라는 현실감을 주어서, 꿈속에 있는 나를 실재하는 공간으로 불러와줘서 그 바게트는 제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절대 못 잊을 파리에서 나의 첫 식사.
배를 채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온 방향 그대로 걸어 에펠탑도 지나고, 회전목마도 지나고, 그렇게 또 에펠탑 다음으로 센강과 처음 마주하고. 그 센강의 다리 위에서 클레멘타인과 조엘을 떠올리게 하는 한 커플도 만나고, 방심하다 나의 몇 상팀을 앗아간 행위 예술가를 가장한 가짜 예술가도 만났다. 1년 동안, 테러가 난 것 말고는 일상 생활에서 파리가 너무 안전하다고 느낄 만큼 별 탈 없이 지냈는데, 파리에 익숙해지기 전 여행자 모습이라 그런지 파리에 도착한 첫 날에만 유독 나의 지갑을 노린 사람들을 만났다. 이를테면, 에펠탑으로 가는 길에 어여쁜 소녀들이 “Do you speaking english?’라며 말을 걸어오길래 나도 모르게 대답할 뻔하다가 순간 인터넷에서 본 집시 사인단 이야기가 떠올라 “No”라고 대답했던 일이나, 다리 위에서 만난 행위 예술가가 멋져 보여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며 손짓하는 그에게 나는 너무도 순진하게 넘어가 제대로도 아니고 엄청 이상한 표정과 포즈로 사진을 한 장 찍고 그에게 몇 상팀을 줘야 했던 일이나.
그래도 별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건, 집시들은 정말 파리에서 가장 무서운 집단이라 보통 잘못 걸리면 이들에게 둘러싸여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데 나는 사람도 많고 낮이라 그런지 “No”라는 한마디에 그들은 그냥 날 스쳐 지나갔고, 행위 예술가에겐 마침 작은 단위의 동전이 있어 그걸 몇 푼 쥐어주고는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거. 물론, 그 행위 예술가는 내가 건넨 돈이 적다고 나에게 화를 내며 돈을 더 달라고 했지만.
첫 날이었고, 그래서 조금은 당황했고, 조금 의기소침해지려는 찰나 무지개를 봤다. 파리는 그런 곳. 언제 어디서나 낭만과 행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곳. 적어도 나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