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석사학위에 대한 생각
이번 해에 나의 청춘을 담은 에세이 ‘미완성 – 느리게, 아름답게 이루는 삶에 관하여’ 라는 책을 출간했다.
현재 국제대학원에 재학중이면서도 끊임없이 느리지만 또 내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꿈꾼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석사학위를 취득하려고 고군분투 중일 것이다. 나의 경우 국제대학원은 수업 비중이 높아서 수업을 듣고 발표준비를 하고, 에세이를쓰고 시험준비를 하는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게다가 학부와 다른 전공을 하다 보니 배경지식을쌓을 것이 태산이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는 즐겁지만 과연 이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첫 학기를 마치고서도 똑 같은 생각이 들어 휴학을 결심했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드는 걸 보면 무의식 중에 나는 대학원 생활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점점 확신이 선다.
나는 대학원에 입학해서 남들보다 휴학을 많이 한 편이다. 유네스코본부로 인턴을 가고,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을 하고, 쉴시간이 필요해서 휴학을 했다. 남들은 빨리 졸업장을 따는 게 좋지 않겠냐며 휴학을 만류했지만, 앞으로 살 날이 많은 나는 조금 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합격한 자체로도 너무 기뻤다. 눈물까지 흘리면서감사했다. 대학원특성상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국제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것은 축복과 같았다. 사실 지금도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사생활을 겪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고, 나의 꿈이 변한 것 뿐이다. 만약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면 내 생각은제자리였을 것이다.
늘 성취지향적이고 무언가 큰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자리잡던 시기에 나는,석사학위를 이에 대한 도구로 생각했다. 나중에 국제기구에 가거나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하려거든석사학위가 필요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넓은지식이 없어도 세상에 기여할 방법은 무엇이든 있다. 헨리키신저의 두꺼운 Diplomacy를 읽고, World Order를 읽으면서 지식을 쌓는다해도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일 뿐이다.
대부분 석사학위를 수단으로 여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진정으로원하는 것인지, 한 가지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 아닌 이상 쓸모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원하는 것에는 열정이 따르기 마련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힘든 대학원생활의 도피라기보다 정말 내가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석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