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지나며

by HJ Eun


외롭고 힘든 시간을 지나는 시기.

마냥 혼자인 것 같고 불운이 연달아 닥쳐오며

연명해나가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게 여겨지는 때.


광야를 건너는 중.


모래가 휘몰아치며

다음 날 있던 자리가 낯설게 변하는 사막 한가운데.

그런 곳을 지나고 있다.


처음에는 이 광야를 지나면 나는 더욱 단단해져 있을 거라며 위안 삼았다.

조금 더 지났더니 휘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나는 쓰러져 잠시 삶이 정지했다.

일어나 보니 목이 타는 조갈에 걸음에는 방향이 없었고,

수많은 독사와 뜨거운 모래와 보이지 않는 끝에 지쳐갔다.


광야를 지난다는 건 생명을 걸었다는 뜻이다.

광야를 지난다는 건 생명보다 숭고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광야에 놓여있단 건 그런 것이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내 눈을 찌르며 나의 허파를 파고드는 모래바람이 고통스러워

이제는 광야를 벗어나고 싶다고, 아주 크게 외쳐본다.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왜 하필 나냐고 부르짖어도 여전히 그곳이다.

계속 쓰러지고 힘에 부쳐도 걷지 않으면 광야를 벗어날 수 없다.

계속 걸어야만 한다.


광야를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것들을 영혼에 지고서,

그렇게 걷다 보면 푸르른 초원이 나타난다.

더 걷다 보면 그루터기에서 쉴 곳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보면 풍부한 물과 식량이 있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 보인다.


광야는 그런 곳이다.

우리는 각자의 광야를 지난다.

나는 그곳에 서있다.

광야 같은 힘듦을 겪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 생각했는데

제발 이제는 그만 괴롭고 싶다고 외쳐본다.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이제는 힘이 부친다고,

계속해서 나는 힘든 곳만 지나왔다고 제발 벗어나게 해달라고 부르짖는다.

몇 년간 나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들이 많았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감사할 때도 있었고, 더욱 노력할 때도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길을 걷지 않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제발 쉬게 해 달라고, 그만하고 싶다고 부르짖었다.

뜨거운 모래밭에서 숨쉬기도 힘들고, 나를 노려보는 독사들에 늘 불안하다고.

그렇게 눈을 떠봐도 온통 모래사막이다.


하지만 조금 더 걷다 보면 나에게도 그루터기가 보일 것이다.

빈 들에 마른 풀이 보이고, 곧 나무가 보이고, 발 뻗고 잘 마을이 날 반겨줄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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