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by HJ Eun

내 학부전공은 법학이다. 내 생각에 법학도는 그 세계 안에만 매몰되기 쉬운 것 같다. 한 분야만을 잘 해내기도 어렵고, 법조계라는 큰 세계가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세계가 좁다는 걸 이십대 초반 언저리부터 느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꼭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 나와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얘기를 해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그때부터 무엇이든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구매했다. 서양사에서부터 과학서적까지 계속 구매하고 읽어서 책장을 가득 채웠다. 또 모르는 분야가 나오면 교양서부터 읽었다. 사실 이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먹어치우듯이 지식을 쌓으려니 소화가 잘 안됐다. 이름은 알겠는데,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부터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졌다. '왜 나는 모르지?', '저 사람은 어떻게 알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자괴감도 들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세상에 알 것은 무한한데 미지의 영역만 계속 발견하다보니 머리부터 지쳤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아예 새로운 분야라고 해도 겁부터 먹는 일은 줄었다. 그리고 결국엔 세상에 많은 지식을 내가 다 흡수할 수 없단 걸 깨달았고, 지식만을 쌓는 것은 헛된 일이란 것도 느꼈다.

또 한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에 편협하지 않게 되었다. 한 분야만 국한되어 독서하는 사람은 남의 논리를 다 무시하고 자기 얘기만 하는 편협한 사람이 된다. 어쨌든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지금은 지식 앞의 겸손을 배웠다. 그 사이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삶은 바람처럼 불게 내버려두는 것이지 내가 부채질한다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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