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이십대의 마지막인 올 해가 지나면서 그간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스물 세살 땐 나이가 많다며 속상해 한 적도 있었고,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나에게만 길이 없다며 좌절한 적도 있었다.
그치만 그 때는 속상한 것을 속상한 채로 놔두지 않기로 하고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어떻게든 내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모티베이션을 찾아나갔다.
내실이 가득한 사람은 혼자 있어도 충족한 마음가짐을 가지기 때문에, 나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알맹이를 채우려 노력했다.
그 와중에 얻는 기쁨은 세상에서 겪어보지 못한 희열이었다. 그 희열을 몇 년째 간직했었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다.
목적의식도 사라지고, 스물 세살 때 너무 나이가 많다며 기회의 문이 좁아질거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절대기회'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무얼 위해 살아왔는지 알 수 없는 시기가 왔나보다.
바라는 바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루어냈던 내가 고장이 난건지,
진정 살아갈 동력이 없어진 건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던 내가 없어졌다.
이제는 나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어졌다.
미래의 청사진도, 평소의 넉넉함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했던 내 모습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나를 탓할 수밖에.
올해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부분이다.
이상의 부재도, 과거의 역동적인 삶의 상실도, 물론 외부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 영향을 받은 건 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 그러니 나는 점점 껍데기만 남을 수밖에.
언젠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아직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답을 찾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언젠가 그럴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