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트 루드스타인 지음(24년 11월 20일 모임, 책방지기 추천)
착한 애나
멜런사
온순한 리나
이렇게 제목 그대로 세 명의 인생이 쓰인 책이다.
더 정확히는 세 명의 여자 인생이 쓰여있다.
세 여자의 생을 따라 마지막 장까지 이른 후, 나는 그들의 이야기 뒤편에서 밀려오는 씁쓸함을 오래도록 혀끝에 머금고 있었다.
아마 나도 여자라는 성별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착한 애나 부터였다.
애나는 독일계 이민 여성으로, 하녀이자 집안 관리인으로 살아간다. 그녀는 성실함·도덕성·헌신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며,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애나의 ‘착함’은 감정의 억압을 전제로 한다. 분노, 불만, 욕망은 표현되지 않은 채 쌓이고, 결국 그녀의 삶은 폭력적인 붕괴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착하게 사는 여성’이란 게 무엇이며, 그 착함이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자기 파괴로 내몰리는가를 보여준다.
멜런사는 흑인 여성으로, 작품 전체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사랑과 이해, ‘사는 법을 알고 싶다’는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도 안착하지 못한다.
연애와 우정, 사유와 감정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는 멜런사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불안정하고 문제적인 여성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작품은 그녀를 도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욕망하는 여성에게 사회가 부과하는 시선 자체를 드러낸다.
남자에게 욕망은 필수 조건으로 주어지며, 욕망하는 자의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는 여러 서사들이 떠오른다. 남자의 욕망은 지향이며 추구미라면 욕망하며 삶을 사는 멜런사는 욕망하는 여성이 어떻게 고립되는가를 보여준다.
리나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자신의 의사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는 삶에서 특별한 욕망을 갖지 않고, 타인의 결정에 자신을 맡긴다. 결혼 역시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주변의 흐름에 따른 결과다.
리나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지만, 그 대신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그녀의 인생은 조용히 흘러가다 병으로 끝난다.
리나의 ‘온순함’은 무엇일까. 온순함이 곧 안전함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세 인물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회적 약자?
여성?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으로서 삶이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에 있다. 착함(애나), 욕망(멜란샤), 온순함(리나)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삶은 모두 각자만의 파국을 맞이한다.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은 인물들의 몰락을 통해, 개인의 태도와 무관하게 불행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바라본다.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결국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세 여자의 인생을 통해 나열한다.
읽는 동안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그 비극이 지금도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래된 소설이라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그 감각이 지금의 나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더욱 서늘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