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결,
어떤 주는, 며칠이 한 달처럼 느껴질 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 시간이 있다.
이번 주가 그랬다.
신기한 건,
이틀 연속 모임이 있었는데
첫날은 내가 가장 어린 사람이었고,
그 다음 날은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두 자리는 완전히 달랐다.
사람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내가 그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도.
첫날,
나는 글을 쓰는 선배 작가들 사이에서 막내였다.
말도 조심스럽고, 리액션에도 힘이 들어갔다.
적당한 웃음, 적절한 맞장구,
어떤 표현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두세 번은 굴리고 나서야
비로소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긴장이 컸고,
몸은 좀 무거웠고,
솔직히 말하면 좀 기도 빨렸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자리에서는 내가 ‘아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무게가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고,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어렴풋하게라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선배 작가들도
나를 위해 애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서로 무례하지 않기 위해, 불편하지 않기 위해
배려해주고, 배려받고 있다는 감각.
그 다음 날 모임에서는
반대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이번엔 말이 편했다.
말 끝마다 조심하지 않아도 됐고,
눈치를 보며 맞추지 않아도 됐다.
웃음도 많았고, 분위기도 훨씬 자유로웠다.
젊은 사람들 특유의 에너지가 넘쳤다.
놀랍게도, 이번엔 너무 즐거워서 집에 가기 싫었다.
농담은 빠르고, 리액션은 살아 있고,
어느 순간엔 그냥 앉아만 있어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즐거움 속에서 문득 관계의 밀도에 대한 감각이 올라왔다.
‘지금 나는 여기에 꼭 필요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오늘 이 분위기에 낀 요소 중 하나일 뿐일까?’
물론 그것도 괜찮다.
사람의 자리가 늘 의미 깊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잘 웃고 잘 놀다가 돌아오면 되는 날도 있는 거니까.
두 모임 모두 좋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을 만난다는 건,
거기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는지를 느껴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자리는 내가 조심스럽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아낌과 돌봄을 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고,
어떤 자리는 내가 진심을 다해 신나게 웃고 있지만
시원한 파도의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상쾌하지만 떠나버리는 느낌이 남는다.
이게 꼭 내 젊음 같아서 그랬을지도...
이건 절대 비교가 아니다.
둘 다, 나에게 필요한 자리였다.
한 자리는 나를 돌아보게 했고,
다른 자리는 나를 즐겁게 해줬다.
하루 차이로 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고,
그 차이를 느낀 나는 조금 더 나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