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중2병 말기인 아이들의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아이들은 비로소 시험이라는 것의 긴장감을 배워간다. 적어도 내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것은, 그들이 남들에게 보이는 점수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평가’라는 단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평가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공적으로 노출된 사람이라면 이 부담은 더 크다. 예를 들어, 책을 낸 사람들에게는 온라인 서점의 별점 평가란이 그들의 노력을 한눈에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나도 한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읽고 별점과 함께 후기를 남긴 적이 있다. 그때는 이 별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책을 내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별점 하나하나가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친한 지인들에게 책을 보내며 “별점 많이 부탁해!”라는 농담을 건넸다. 축하와 감사의 말들이 오갔고, 오랜 친구들이니 당연히 만점을 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면 그럴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무심코 확인한 온라인 서점에서 내 책에 달린 별점 4개를 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의 리뷰는 내가 잘 아는 친구의 글이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은 단순했다. 아, 나는 그 친구에게 별 4개짜리 친구였구나. 예상하지 못한 실망감과 서운함이 밀려왔다. 내가 그동안 지인들에게 별 5개짜리 친구였는지, 아니면 그보다 부족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별점과 그들이 나에게 주는 별점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서운해할까? 나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혼자 마음을 다쳤던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종종 그런 불일치를 마주한다. 내 기대와 상대의 마음이 다를 때 우리는 혼란스럽고 서운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 불일치 속에서 진짜 관계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다른 관점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관계란 곧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별 4개짜리 친구라는 생각도, 별 5개짜리 친구라는 생각도 결국은 나만의 기준일 뿐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별 몇 개를 주는지가 곧 우리의 관계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별점보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서로를 얼마나 성장하게 만드는지 아닐까. 나는 별 4개를 받은 그 순간에 비로소 나와 그 친구의 관계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별점이 매겨지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 사이의 관계는 별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평가는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