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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Diver Nov 17. 2024

아프다는 것...

가끔, 전화벨이 울릴 때면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한 돌멩이가 하나 더 얹히는 느낌이다. 반가움보다는 어쩐지 걱정이 앞선다. 상대방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기까지 잠깐의 시간이 수많은 생각들로 채워진다. 오늘은 어떤 소식일까?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대개 그렇지 않다.


아픈 이와의 전화 통화는 어찌할지 모르는 감정들로 둥글려진다. 어설픈 위로도 못하겠고, 긍정의 수긍도 어렵고, 기쁘거나 슬퍼도 안 되는 내용들이 계속 이어지며 말의 각이 없어진다. 공글려지고 둥글려져서 결국은 굴레처럼 슬픔이라는 공간에 갇혀 버린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음에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전화 반대편의 목소리를 어떤 말로 대화가 이어지게 해야 할까. 무슨 언어로도 그를 만족하게 할 수 없음에 좌절감까지 느껴지는 밤이다. 우울은 전염성이 강해서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을 가라앉은 공기에 적응이 되지 않다. 전화 건너편의 보이지 않는 고통까지 나에게 전해져 오는 듯 어쩌면 우울을 넘어 부정적인 기운마저 감도는 밤. 어떻게든 이 기운과 기분을 벗어나 보려고 환기를 시키고 글을 쓰고 책을 읽어본다.


어쩔 수 없다. 벗어나려면 또 더 한 아픔으로 덧 씌워야 할 것이다. 나는 그렇다. 괴로움은 더 한 괴로움으로 아픔은 더 한 아픔으로 덧 씌우다 보면 그 이전 존재들은 조금 가벼운 존재가 된다. 어찌 보면 가혹하기조차 한 방법이다. 하지만 나에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더 큰 아픔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저, 아픈 이들에게 행복한 언어들의 일렁임이 가득 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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