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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Diver Nov 13. 2024

시절 인연이란 긍정일까 부정일까?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친구가 전부인 줄 알았고, 젊었을 때는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무엇보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제일 와닿는다. 어떤 인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체험으로, 경험으로 알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던 사람이 운명에 의해 먼 길로 떠나기도 하고, 온갖 이유로 만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기에 받아들이고, 고칠 수 있는 건 노력해 본다.


시절 인연이라하여 그때 그때 인연들을 위해 나는 종종 누군가를 축하하는 자리에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가장 먼 길을 건너, 시간을 들여 그 자리에 웃음과 기쁨을 더하며, 마치 나중에 나의 기쁨에도 누군가가 찾아와 주리라는 약속을 받듯한 기분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나만의 기대일 뿐이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인해 나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이성적이지 못해 서운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게 바로 지나간 인연의 흔적들이다. 그럴 때면 내가 더 중요한 존재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마냥 쉽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런 날이 있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바람이 드나드는 듯한 스산함이 이는 날. 마침 그날도 어느 시인의 출간기념회 겸 작은 책방에서의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라, 미리 신청했던 나는 헛헛함을 숨기고 즐겁게 참여했다. 그런데 꼭 그런 날에는 뒤풀이의 유혹에 걸려들기 마련이다. 간단히 맥주 한 잔에 넘어가, 처음 만난 사람들과 글을 쓴다는 공통점 하나로 신이 나 막걸리와 파전이 있는 식당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절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이 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는 삶. 그중에 얼마나 나의 곁에 남아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이어졌다. 어차피 생각한다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또 다른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결국은 혼자 걷는 길 위에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이에 있는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집에 거의 도착해서 드는 생각은 이랬다. 시절 인연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냥 사실이라는 것.

꼬리를 흔들며 나를 맞아주는 강아지, 가족들조차 어찌 보면 내 인연의 끝까지 함께할 존재들이 아닐 수 있다. 이들도 시절 인연 일 수 있겠다는 또 또 또 이어지는 생각들.

그냥 항상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시절 인연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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