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오델 지음 (24년 7월 18일, 임샘 추천)
2024년 7월 18일. 나는 무슨 일을 하다 우분투로 향했을까. 뒤늦게 적는 책 리뷰가 좋은 이유는, 책 자체뿐 아니라 그 책을 이야기하던 날의 나를 함께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쯤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있었을까.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으니까.
아마도 작년 7월은 대학원 모든 과정을 수료하고 맞은 여름방학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가져본 시간이었다. 결혼을 했고, 아이 둘과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삶 속에서 나는 한 번도 완전히 혼자인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원 기숙사에 지원할 자격이 된다는 걸 알았고, 여름방학이라 비교적 자리가 있던 덕분에 성적도 맞아 1인실에 입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처음 갖게 된 나만의 공간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기숙사 생활은 내 삶에서 아주 결정적인 시간이었다. 평생 그려보고 싶던 그림을 그렸고, 첫 책을 냈으며, 박사 논문을 썼다. 그때 그린 그림으로 올해 6월 성수에서 단체 전시회를 열었고, 첫 책은 2025년 나눔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와중에 지끈거리던 박사 논문도 결국은 잘 마무리했다.
이제야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생했고, 정말 잘했다고.
작년 7월의 나는 행복한 공간에서 힘들고 막막했고, 이 모든 게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안다. 그때의 우려와 불안이 결국은 다 무언가가 되었다는 걸. 오늘도 여전히 하루가 쉽지 않지만,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 역시 언젠가 미래의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책 리뷰라는 형식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책을 핑계로,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읽은 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는 임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지만, 책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누워서 쉬거나 게으르게 지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반응하며 살고 있고, 그 반응을 잠시 멈춰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알림이 울리면 바로 확인하고, 의미도 모른 채 스크롤을 내리고, 쉬는 시간에도 뭔가를 생산해야 할 것 같은 마음. 오델은 그런 상태가 정말 ‘내 선택’인지 묻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건, 우리가 관심을 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엇을 보고,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는지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 흐름에서 잠깐 벗어나서 내 시선을 다시 내가 가져오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에는 거창한 실천법 대신,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동네를 천천히 걷는 일, 자주 지나치던 나무를 오래 바라보는 일,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내는 일 같은 것들.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순간들인데, 읽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진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나를 더 잘 살게 만들겠다고 다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뭘 더 하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덜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 그래서 읽는 내내 ‘그래, 이 정도 속도여도 괜찮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은 읽고 나서 바로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괜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보게 되거나,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도 덜 불안해지는 순간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