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밀러 지음 (24년 8월 22일, 박샘 추천_인가? )
컴퓨터 창을 4개 정도 열어놓는다.
인터넷 창으로 읽었던책의 줄거리를 찾아본다.
어느 유명한 유투버의 리뷰 영상도 1.75정도 빠르게 틀어 보고 듣는다.
구독중인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이 올라와 있는지 찾아보고 올라와 있는걸 확인후 본문을 찾아 기억에 남는 문장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여기까지가 지금 내가 하고 있었던 행동들이다.
이미 읽은 책을 두고 이렇게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22일,
우분투의 책상에 모여 앉은 독서모임을 기억해 보면, 책 이야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등장 장면이 떠오른다.
우분투 북스 서점 문을 열면 오른쪽엔 책장이, 왼쪽엔 테이블처럼 긴 카운터가 있다. 그 좁은 복도를 지나 계산대 옆으로 작은 공간이 나타난다. 우리는 늘 그곳에 세 명이나 네 명 정도 모여 앉아 한 달 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모두가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잔잔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도 먼저 자리를 잡은 세 명이 책에 대한 이야기, 그동안 날씨 이야기 기억에 남은 소소하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 이야기들은 먼저 나누고 있었다. 그 작은 방에 앉아 있으면 바깥은 보이지 않고,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 그날도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박샘이 거의 뛰어오듯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고, 숨이 약간 찬 얼굴로 반짝이는 눈은 말과 함께 이미 준비되어 있음이 보였다.
"이 책 너무 재밌었어요. 반전 뭐예요 반전?!"
누가 묻기도 전에 우분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책을 덮고 흥분이 가시지 않은 사람 특유의 속도와 리듬.
그 책이 바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무너진 질서를 끝까지 붙잡은 한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은 한 생물학자의 전기처럼 시작된다.
19세기말, 미국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세상을 질서로 이해하려 했던 사람이다. 모든 생물은 분류될 수 있고, 정확한 자리에 놓일 수 있으며, 그 질서는 곧 세계의 진실이라고 믿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평생 물고기를 수집하고 이름 붙이며 분류했다. 그러나 지진으로 연구 자료가 사라지고,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더 집요하게 질서를 붙잡는다. 무너질수록 더 강하게.
계속 가고 싶듯 그렇지 않든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어.(63p)
책의 저자 룰루 밀러는 이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책은 결정적인 전환점에 도달한다.
현대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물고기’라는 분류는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공통 조상을 공유하지 않는 생물들을 인간의 편의로 묶은 이름일 뿐이다. 즉, 물고기는 진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전문 리뷰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교양서적이고 평전이며 비판과 회고가 실린 러브레터를 자연과학적 언어로 쓴 책이라고 말이다.
이 책이 진짜로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자연 과학 분류학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란 속에서도 의미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
무너진 세계 앞에서 “그래도 질서는 있다”라고 믿고 싶은 의지,
그리고 그 믿음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백.
평전처럼 쓰여있던 조던의 삶은 질서를 사랑했지만, 그 질서는 차별과 우월성의 논리로 이어진다.
책은 그 사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질서를 믿는다는 것이 항상 선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는 조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글과 함께 삽화를 보는 경험도 함께 하기를.
다시, 그날의 독서모임으로 돌아와
박샘이 왜 그렇게 신이 났는지 너무나 공감되었다.
이 책은 재미있다. 서사가 빠르고, 전개는 미스터리처럼 흘러간다.
그러나 동시에 불편하다. 내가 믿어온 세계의 틀이 조용히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질서는 무엇인지,
그 질서가 무너질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부정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처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갈 것인가.
독서모임 이후
어떤 책은 조용히 읽히고,
어떤 책은 사람을 뛰어오르게 만든다.
그날 박샘이 문을 열고 들어오던 장면처럼,
이 책은 그렇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신나서, 숨이 조금 찬 채로.
에필로그
책방지기님이 전해주셨던 추천 목록에 추천인이 박샘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왠지 내가 추천했던 책인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거 제가 추천하지 않았었나요?
이렇게 또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겨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