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입력이 달라져야 출력이 바뀝니다

프로그레밍 경영: 프레임워크

by 달박상

수업 문제로 피터지게 싸운 날, 아들이 말했다.

"미안하다. 20년 동안 해온 일을 바꾸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였다는 생각이 드네."

"그니까..."

서러움이 울컥 올라왔다.

"근데 한번 들어봐. 아무리 복잡한 프로그램도 입력 - 처리 - 출력 안에 이루어지거든.

엄마는 지금 20년 동안 같은 내용을 계~속 입력하면서

결과는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회의에 센터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올라왔다.

MZ대표가 물었다.

"왜 수업을 정시에 시작하지 않죠?"

"아이들이 들쭉날쭉 들어오니, 좀 모인 뒤에 도입을 시작해요."

"도입이 몇분 정도 됩니까?"

"5~6분 정도...."

"하아- 8명이 다 다른 시간에 오면 그것만 40분이 넘네요."

대표의 말에 선생님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어떨때는 같은 말을 6번 할 때도 있어요."

"학부모에게 시간을 지켜달라해도 잘 안지켜줘요."


MZ대표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건 시간을 지키는 회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고객을 탓해서 뭘 얻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죠.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올 수 있는 방법을 만들던지

도입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던지."


단호한 눈빛이 회의실을 훑었다.

"도입에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언급해야하는 부분이 몇 분정도 됩니까."

"2~3분 정도..."

"그럼 도입부분을 영상으로 바꿉시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꼭 선생님들이 할 필요 있습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럼 이번 주는 세계관 만들고, 실행은 다다음 주부터 하죠."

"다다음주 부터요?"

다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혼자 하시지 마시고 기술과 함께 하세요.

AI더빙이나 영상 자동화 툴 널려있습니다.

다들 연구하시고, 필요하면 유료 신청하세요."


회의실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

"분량은 2분 내로 맞추시고. 퀄리티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장담하는데 나쁘기 어려울 겁니다.

목표는 '다음 주 수업의 영상은 이번 주에 만든다'입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이런 과정없이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세계관과 캐릭터를 세우고

영상을 만들어 가면서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AI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질이 나쁘기 어렵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고질적인 도입 시간이 영상으로 대체되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업의 질은 올라갔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커리쿨럼의 도입 영상이 완성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오면, 당연하게 패드를 켜고 영상을 본다.

때로는 영상 속 캐릭터에게—

'니가 해야되는 일을 왜 나한테 시키는데?'하면서

툴툴거리거나 깔깔대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는 세계관을 활용한 굿즈사업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Z대표의 말이 맞았다.

입력이 달라지니 원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전의 나는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혹은 원인을 알고도 모른 척 소극적으로 반응하면서

결과는 드라마틱하게 바뀌기를 기다렸다.

요즘도 아들은 내게 이런 모습이 보이면, 못되게 단언한다.

"그건 엄마 맘 편하자고 하시는 거구요."

내심 서운했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현실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출력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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