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교육이 아니라 경험서비스랍니다

프로그래밍 경영_프레임워크

by 달박상

아들이 대표가 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20년 동안 동결되어 있던 회비를 올리는 것이었다.


"요즘 다 힘든 시기인데, 괜히 나가면 어떻게 해?"

"어쩌라고? 난 여태껏 한 번도 힘든 시기가 아닌 걸 본 적이 없다."

아들의 냉소적인 미소가 더해진다.


"지금 회비로 계산하면 길게 운영할수록 적자다.

지금처럼 코로나 같은 리스크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거지."

"그래도.. 교육하는 곳인데.."

"교육 중요하지. 근데 계산은 해봤나. 난 해보고 말하는 거다.

회비를 15% 올려서, 회원 20명이 나간다고 해도 지금이랑 재정이 거의 같다."


시무룩해 있는 내게 답답하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어머니(화가 많이 나면 이렇게 부른다)

난 겨우 유지만 하려고 인수한 게 아닙니다."


뭐, 틀린 말 하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게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졌다.


마침내 3개월 후에 회비가 오른다는 문자가 나간 날—

대표가 선생님들에게 '하나 물어봅시다'라고 운을 뗐다.

"여러분에게 자녀가 있다면,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하겠습니까?"

아니요... 다들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높아진 회비에 걸맞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이 하던 일의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프레이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몰라서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MZ대표는 우리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물었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뭐죠?"

당연히 교육이지. 사업자등록증에 버젓이 '교육서비스'라고 되어있는데—

"'교육'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경험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경. 험. 서. 비. 스?


"이제부터 우리는 회원권을 팔 겁니다.

회원은 우리에게 권리를 구매하죠."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표의 지침에 따라 내부 언어부터 바꿨다.


‘원생’은 권리를 가진 '회원'이 되었고,

등록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공동체 속으로 '가입'되었다.

납부는 권리를 '갱신'하고, 레벨 테스트는 '체험'으로 바뀌었다.


작은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거대한 전환의 축이었다.

센터의 정체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원생’을 관리하는 학원업이 아니라,

회원권을 판매하는 경험서비스 기업으로 바뀌었다.

시장에서의 위치 또한 새롭게 정의되었다.


교육이 '주는 쪽' 중심이라면,

서비스는 '받는 쪽'의 입장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많은 질문이 대체되고, 경영의 기준도 달라진다.

이전의 내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을 모집하고,

시간표를 맞추며,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운영을 했다면

‘경영’은 그 너머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가치를 설계하며, 장기적인 미래를 그려낸다.


MZ대표는 회원제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시스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역량을 복제한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1차 목표는 개인의 능력 차이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 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서면 기업은 설계된 프로세스대로 움직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면 그만이다.

그는 강조해서 말했다.

"귀찮은 일은 시스템이 대신하게 만들 겁니다.

장담하건데, 감정 노동이 훅 줄어들 겁니다."

그럼 우리는요?

"여러분은 가장 잘하는 일, 회원들과 함께 하면 됩니다."


대표는 약속대로 업무 관리 플랫폼을 도입해

하나하나 시스템을 완성해 나갔다.

대표는 약속대로 업무 관리 플랫폼을 활용해

하나하나 시스템을 완성해 나갔다.

모듈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빠짐없이 직원들과 공유되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제 각자 업무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단계가 자동으로 정리되고, 리스트가 생성되었다.

수입과 지출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는

분석되어 그래프로 시각화되었다.


덕분에 일은 단순해졌고,

출근시간이 조정되고 연차가 도입되는 등

시간이 '보상'으로 돌아왔다.

젊은 선생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가 가진 힘이었다.

'문제를 어떤 틀에서 바라보는가'가

이토록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니—


나는 우리의 스트레스가

줄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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