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프레임워크
"부모들은 이상해.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막상 선택할 때는 남과 똑같은 걸 선택한단 말이지."
아들은 '손실회피 심리'를 이유로 들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맞장구를쳤다.
자식 문제에, 남들과 다른 걸 선택한다는 건
보통 용기로는 힘들다고—
엄마도 그랬어.
아이 낳아 키우는 거 처음인데 내가 뭘 알겠어.
내 선택이 잘못되면 어쩌지. 걱정투성이었지.
아들이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교육사업에는 공포마케팅이 공식이지."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사교육시장 규모가 30조 정도, 우리는 평타—
그래봤자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지.
엄마. 어떻게 해야
그 점에 시선을 모을 수 있을까? 어?"
글쎄. 뭐— 티밥처럼 작고 희미한 별도
반짝거리면 시선이 가긴 하지.
아들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환하게 웃었다.
오! 이 문장이 그렇게 훌륭했나.
"어차피 우리에겐 몸집을 키울 여력이 없어.
엄마 말대로, 반짝이게 하자."
하하. 무슨 수로—
"조건이 되면 이벤트가 발생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짜면 되지."
그건 또 무슨 말 이래?
아들은 무슨 생각인지,
유레카를 외치며 잔뜩 신나 있었다.
회의가 있는 화요일.
MZ대표는 '남과 같은' 안전한 운영이
결과적으로는 존재감 없는
시장의 한 점으로 머문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우리 목표가
단지 작은 점은 아니지 않습니까?
ㅇㅇㅇ씨(회사에서 나를 이렇게 부른다)
말처럼 반짝이는 가치로 시선을 모아보조."
선생님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지만,
내가 아는 것도 딱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가니, 대부분 히스토리가 비슷하더라며
"부모들이 말하는 교육 공식대로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은 왔어—
그리고 휴학합니다. 왜?
뭘 해야 할지 모르거든요."
직원들은 정말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MZ대표는 자녀의 교육 불안을 연구한
데이터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결국 부모들은
서로의 불안을 닮아가면서 '안심'을 얻죠.
하지만 데이터는 부모의 불안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전 이 같은 부모의 불안을 트리거로
회사를 리포지셔닝해 볼 생각입니다.
아주 살짝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의 목표는 부모들이 그 불안에서
딱 한걸음만 빠져나오게 해 주는 겁니다."
온갖 전략을 써도 힘든 세상에
정말 한걸음 만으로
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우선 매달 한 번, 5주 차에
부모의 불안을 완화해 줄 프로그램을 운영하죠.
전체 시간의 15~20% 정도입니다.
그 주는 보강주라, 진도에는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확언했다.
"이 한 걸음이 지금 당장,
우리의 위치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반짝이게 해 줄 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대표의 지침에 따라
그 시간을 온라인 튜터와 AI를 활용한
실물경제 기반의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기업가정신 활동으로 꾸렸다.
MZ대표는
시장에서 우리 위치를 절댓값으로 보면
그저 별 볼 일 없는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부모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의 상대값으로 보면—
새로운 좌표가 형성된다고 했다.
"단지 15~20%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교육시장에서 우리 포지셔닝은
'미래 리더를 위한 선구적 경험의 장'
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MZ대표의 생각은 유효했다.
‘거긴 뭔가 다르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생각지도 않은 바이럴 효과도 생겼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 물었다.
"부모들도 AI가 뒤흔들어놓은 세상에 어리둥절할 테니까."
맞다... 최근 학부모와의 상담 중에
'회사가 AI로 변해가는 속도가 두렵다'
는 말을 부쩍 많이 들었다.
"그래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본 거야.
공교육이나 교과 기반의 사교육은
당장에 미래 트렌드와 현실을 함께 끌고 가기 힘들거든.
입시라는 절대좌표에 묶여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입시는 건드리기 힘들지.
내 말 끝에 아들이 덧붙인다.
"난 절대좌표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우리는 여전히 작은 점이지만,
누구나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반짝이는 빛이 되었다.
Designed by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