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 스케일링과 자동화
“토론 좀 그만하죠.
매번 할 이야기가 뭐가 그리 많습니까.”
아들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로질렀다.
난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 30분. 벌써 한 시간째 앉아 있었다.
맞춰야 할 게 많아서 그래.
애들 스케줄 관리, 진도에 대회, 학부모 상담...
관리 잘못하면 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지니까—
“필수적이라는 건 압니다. 비효율적인게 문제죠.
회원수가 느는 만큼 관리하는 시간도 점점 늘고..."
회사가 커진 거니 좋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근데 딱 거기까지— 더이상의 스케일링은 불가능하겠죠.
회의만 하루 종일 할 수도 없고...”
대표의 말이 맞았다.
어떤 조직이든 성장할수록 필연적으로 복잡성의 장벽에 부딪힌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여전히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서둘러 과정 중 일부를 자동화하죠."
자동화? 어떻게 하는데?
"먼저 시스템을 세부 모듈로 나누는 겁니다.
말하자면 책임을 나누는 과정입니다.”
뭐?욕바지가 필요한 거라고...?
MZ아들이 내 말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설마— 코드 전체를 붙들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거예요.
그냥 자기가 맡은 부분만 독립적으로 처리하면—
각 모듈은 자동으로 연결되어 움직일테니까.”
그는 노트북에서 다이어그램을 열었다.
상담, 스케줄링, 진도 관리, 결제...
지난 20년간 사람 손으로 맞춰온 일들이
각각이 독립된 박스로 그려져 있었다.
그는 '단순한 것' 더하기 '단순한 것들'이 모여
질서를 만든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면, 학부모가 상담 신청하면,
상담 모듈이 자동으로 가능한 시간대를 제안합니다.
확정되면 스케줄 모듈이 강사 일정에 자동 반영하고,
알림 모듈이 문자를 보내죠.
이렇게 각 모듈은 명확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다 간단한 일이지.
2주 후,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간단한 입력만으로 모든 일정부터
단계, 보강, 상담 등 색깔별로 한눈에 정리되었다.
마법처럼 편했지만—
가끔씩 나오는 오류에 모두 새가슴이 되곤 했다.
아들은 강심장이었다.
"모듈화 초기에 예외 상황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는 매일 우리에게 상황을 묻고 오후에 남아 오류를 수정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오류는 거의 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되었다.
잘 설계된 모듈은 외부 의존성을 최소화하고
단 하나의 명확한 기능만 수행한다.
당연히 오류 하나에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가 생긴 해당 모듈만 뜯어 고치면 된다.
매일 1시간 반씩 회의를 통해 맞춰왔던 부분들은
이제 각 담당이 각 항목을 오류 없이 기입하는 것으로
한눈에 알 수 있게 자동으로 기록되었다.
자동화된 모듈은 이제 '지속가능한 관리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이로써 조직의 스케일링을 가능하게 되었다.
MZ아들의 말처럼 모듈화는 직원들의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의 스타일대로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다.
어느 날, 한 직원이 내게 물었다.
“저희 이제 스케줄 회의는 안 해도 되죠?”
“그렇지. 뭐…”
긍정하면서도,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을 느껴졌다.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로의 표정을 읽던 그 시간들—
그게 단순한 비효율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조직을 붙들고 있던 보이지 않는 접착제였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듈화는 본질에 가까워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스케일링의 본질은 확장이며, 자동화의 본질은 반복이다.
하지만 사람은 여전히 서로의 온도를 나눠야 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이같은 효율 속에서도
사라지면 안 되는 온도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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