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밥을 각자 먹으라고?

프로그래밍 경영: 세대차이?

by 달박상

내가 센터를 운영할 때는 ‘한솥밥을 먹어야 식구’라는 정서가 있었다.

매일 오전 11시 40분이 되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민했고, 배달비를 아끼려면 한 가게에서 메뉴를 통일하는 것이 당연한 미덕이었다.


돌아보면, ‘함께’라는 이름 뒤에는 늘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메뉴를 통일하는 것은 꽤 효율적인 알고리즘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하드코딩'해 둔 채 묵묵히 감내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개인의 취향은 또 어떤가. 고기가 없으면 젓가락을 둘 곳이 없는 사람과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사람, 코끼리 같은 식사량을 자랑하는 이와 새 모이만큼 소식하는 이들... 모두의 취향을 담아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로는 주문한 음식의 절반은 남겨졌고, 누군가는 배를 덜 채운 채, 누군가는 억지로 입에 밀어 넣으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무게가 있었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음식값과 배달료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부분은 사소해 보이지만 뭔가 예민해서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눈에 훤히 보이는 불편함이었지만, 무료로 제공되어서인지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은 관습이 되었다.


아들이 센터를 인수한 후에도, 한 달 식사비를 고정비로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서 금액을 제한한 것 말고는, 이 관습은 한 분기 정도 그대로 이어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아니 MZ 대표가 더 이상 이 불편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폭탄선언을 했다.

“말해 보세요. 다들 불편하지요? 이제 점심은 각자 해결합시다. 점심으로 할당된 비용은 n분의 1 해서, 월급에 포함하겠습니다. 도시락을 싸 오든, 식당을 가시든, 라면을 먹든 자유입니다. 그게 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젊은 직원들은 내심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세대차이인가?


그날 이후, 점심풍경은 그야말로 '따로국밥'이었다.

간혹 같은 식당에서 각자 계산할 때면, 나이 많은 내가 사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쑥 올라온다.

하지만 날카로운 아들의 눈빛에 '그렇지. 나도 같은 직원인데... 뭐... '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어색함을 이겨낸다.


점심 풍경이 바뀐 지 수개월이 지나고...

놀랍게도 지금 내가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바로 그 ‘따로국밥’ 같은 수상한 점심시간이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주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집에서 간단하게 싸 온 도시락을 내 책상 앞에 펼친다.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요약한 유튜브를 하나 틀어놓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천천히 밥을 먹는다.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억지로 대화 주제를 짜낼 필요도 없다.


그 불편함은 세대차이가 아니라 가보지 못한 길이었을 뿐이었다.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면서도, '전통'이라는 이름 때문에 차마 건드리지 못한 ‘강요’가 얼마나 많을까 비로소 깨닫는다. 이런 사내의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불편함을 걷어내주는 과정 또한 경영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MZ대표는 관성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던 코드를 삭제하는 것으로 시스템의 효율을 높인다.


오늘도 나는 즐겁게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 직원들을 보며, 내 도시락 통을 연다.

정은 '한솥밥'으로 싹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에서 자라는 것임을 배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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