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궤적

바퀴는 부드럽게 돌아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감췄다.

by 달박상

자전거는 오래된 기억처럼
녹물 냄새를 풍기며
언덕길을 오르는 내내 삐걱거리더니
급기야 고장이 나 버렸다.


마당 한켠에 서서 보고 있던 그가

그림자처럼 조용히 내 곁으로 왔다.


시골로 이사 온 젊은 남자를

동네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인사하는 것도 잊은 채

이미 가까이 다가온 그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는 유심히 자전거를 살피더니
뒷바퀴 쪽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체인이 빠졌군요.”


그는 한참은 어린 나에게

말을 낮추는 법이 없다.


그의 손끝은 익숙한 듯
자전거 뒷바퀴의 드레일러를 들어 올렸다.

축 늘어진 체인을
앞뒤 톱니에 조심스레 걸치더니,
페달을 가볍게 한 번 돌렸다.


순식간에 삐걱대던 체인이
스르륵, 제자리를 찾으며
바퀴가 부드럽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스르르, 스르르—


바퀴는 부드럽게 돌아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감췄다.


그는 한동안
바퀴가 그려내는

원의 궤적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바퀴가 돌고 있는 동안에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결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바퀴를 굴리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속에선 삐걱거리거나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지 못하고
느슨하게 풀려 있곤 하다.


그의 손끝에서

체인이 제자리를 찾듯

우리 마음속에 감춰진 무엇인가도

이따금 제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스르르—


풀린 마음 하나쯤
모른 척 한 채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페달 소리와 함께
그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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