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 피드백과 학습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일은 항상 신중하다.
특히 이번 고등학교 교사 연수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주제였기 때문에, 교수설계도 매우 세밀하게 준비했고 강사료 역시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강사님 일정상 사전 모의수업은 줌(Zoom)으로 대체했지만, 화면 너머로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연수 당일, 현장 상황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우리가 제공한 대본을 그대로 읽는 듯한 설명으로 현장 집중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진행속도를 체크하는 페이지는 진즉에 지나가버렸다. 개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강의준비를 거의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강의시간이 30분 넘게 남았는데, 이미 마지막 페이지가 되었다.
우리 모두 땀을 식힐 틈도 없을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준비한 게 있을 거라고 위안했다.
하지만. 그대로 강의는 이어지지 않았고, 당황한 강사가 우리에게 SOS를 했다. 급기야 내부 강사가 긴급 투입되어서 다른 학교 연수에 사용했던 에듀테크 시연과 게임으로 전환해서 가까스로 연수를 마무리했다.
겉보기엔 무난해 보였을지 몰라도, 그 이십여분이 마치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강사님은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 자리에서 받은 충격과 우리를 추천해 준 부장선생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연수 후, 나는 대표에게 상황을 보고하며 감정이 섞인 질문을 던졌다.
“페이는 어떻게 할까요?”
솔직한 내 마음은, 안 드려도 할 말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격양된 나와는 달리 대표는 의외로 태연했다.
“약속은 지키되, 마음은 불편하게... 그렇게 합시다.”
우리는 강사료의 절반을 현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모바일 상품권으로 지급했다.
회사가 약속한 것은 지키되, 온전한 대우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고 신뢰를 지키겠다는 선택이었다.
대표가 물었다.
"이게 온전히 ○○○씨만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우리 책임의 일부를 강사분에게 떠넘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최고 수준의 강사료'는 당연히 잘하겠지라며 검증 과정에 소홀했다.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 일이 꼭 우리에게 나빴던 건 아닙니다.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사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100%는 못 막더라도, 70~80%는 걸러낼 수 있게 합시다."
잠시 후, 강사님으로부터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피드백은 상대에게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 앞서 나 자신에게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이번 사건은 내게 몇 가지 생각하게 했다.
먼저 프로세스가 곧 신뢰를 검증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피하지 않을 때, 책임은 더 단단해진다. 업무의 과정에 해야 할 항목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것만으로 제대로 완료했다고 할 수는 없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사전 리허설도 결과 보고 항목을 더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미니 시연이나 자료 검증 절차도 추가해야 한다.
또한 약속의 무게는 위기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약속은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원칙을 가진 조직인지를 보여주는 증명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약속을 이행한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조직의 단단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몇몇 피드백은 정면으로 마주 보기에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