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경영: 피드백과 학습
아들과의 외식은 다른 가족과는 공기부터 다르다.
음식보다는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올라오고
가끔은 식사 후에 해야 할 일이 한 보따리 따라붙기도 한다.
모른 척할 수도 없다. 누구보다 속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날도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질문이 훅 들어왔다.
"엄마. 우리도 마케팅이라는 걸 해야 하잖아.
센터가 내세울 수 있는 게 뭘까."
나는 최대한 표정을 밝게 유지한 채 대답했다.
음...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있는 곳이지.
톤 높은 목소리가 무색하게 MZ아들은 기가차다는 표정이다.
"애들 사랑 중요하지. 근데 그건 기본이야.
기본으로 우리를 설명할 수는 없잖아?"
왜? 교촌치킨도 그러더구먼.
볼보도 SK이노베이션 이런데도 초심, 강조하잖아.
아들의 미간이 점점 좁아진다.
"답답하네. 개들이랑 우리는 체급이 달라요.
같은 링 위에서 싸우겠다는 건 무슨 용기래.
대기업이랑 같은 전략으로 가면 왜 우리를 선택하겠어?"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내 질문이 그거야. 우리가 뭘 내세우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는 거?
왜, 너랑 나만 봐도 세대 차이가 확 나잖아.
내가 볼 때, 넌 생각이 많이 다른 거 같거든.
"내가? 어떻게 다른데?"
우리 때는 '누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대, 그러니 따라 하자'는 식이었어.
근데 넌 늘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니, 미리 저기 가 있자'라고 하잖아.
아들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누군가 그랬잖아.
이젠 '벤치마킹'이 아니라, '퓨처마킹' 시대라고.
나는 누군가의 'n번째'가 되고 싶지는 않아.
유일한 하나가 돼야지."
맞다. 우리 세대만 해도 ‘벤치마킹’이 대세였다.
증명된 경로를 따라가니 안전하다는 믿음.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피터 틸도 말하지 않았던가.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MZ아들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우리는 시장이 작으니까 오히려 독점이 가능해.
전체 파이 중 딱 ‘한 조각’만 확실하게 먹자는 거지.
그 조각에서 존재감을 만들면, 그 옆 조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들이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남들이 아직 안 해본 걸 먼저 저질러 볼 수 있는 용기인 듯.
우리는 보고하고, 결재받고, 눈치 볼 필요 없잖아?
망설일 시간에 베타 버전 만들어서 바로 테스트하면 되지."
맞다. 큰 회사들은 절대 이 속도를 못 따라오지.
그런 건 작아서 좋네.
"그렇지. '속도'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아이템이야."
순간, 가슴이 뛰었다.
결국 미래에 먼저 손을 뻗는 건 우리겠네—
이런 교육을 먼저 접하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운이 좋은 거네.
그동안 나는 ‘아이들 사랑’이라는 뻔한 말만 되뇌었지,
우리가 가진 저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기본’을 흉내 낼 필요가 없었다.
단지 우리가 가진 ‘속도’와 ‘감각’을 증명하면 됐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세대 차이는 충돌이 아니라,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업데이트일지도 모른다.
"고기 탄다.."
아들은 천천히 고기를 뒤집으면서 씩 웃는다.
그 모습에 나도 웃는다.
MZ는 거인의 그늘 아래 서서 비교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아무도 밟지 않은 다른 길 위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