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은 하나의 세계다.
우리는 늘 같은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하루에 네 번밖에 운행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시선을 쫓는 쪽은 나였다.
그 애는 뒤돌아보는 일도 시선을 마주하는 적도 없었다.
오늘도 그 애는 창가의 맨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의 머리가 시야를 가리지 않는 몇 안 되는 자리였다.
항상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_
일찍 서둘러서가 아니다.
그것은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암묵적인 약속과도 같았다.
출발 시간이 정해진 버스의 덜컹거림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버스 안은 세계다.
우리는 정해진 몇 개의 장소에서만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그 세계에 흡수된다.
그리고...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망각하면
그곳에 갇혀 버린다는 것도 알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 계속되던 어느 오후—
일본으로 우회한다던 태풍이 진로를 바꾸면서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스산한 바람은 교실 유리를 때리며 창문 틈새로 기어들어왔다.
곧 조기하교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운동장은 검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먹구름이 뒤덮은 하늘보다 더 검게 물들었다.
그날, 그 애는 버스를 타지 않았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채워져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건 왠지 신경 쓰이는 일이다.
풍경이 시간처럼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과 나무와 작은 집들이 픽셀처럼 흩어졌다.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세계는 정지된 시간으로 남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곳에 닿을 수 없다.
200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