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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Feb 08. 2018

이유는 없다. 재미있게 읽었던 명작소설들

책장 속 고전을 꺼내보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고전’의 유행이 일고 있다. 유행을 넘어 이제 고전이란 하나의 특정 영역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것 같다.


나 역시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서인지 고전 문학을 찾곤 했다. 이런 문학작품들을 읽다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 뿐만이 아니라 영화, 연극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 사회, 스포츠 등등에서 이런 고전 문학작품 속에 있는 내용을 인용해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설 속 한 마디의 대사이지만, 이렇게 절묘하게 인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고 '이래서 고전은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갖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요즘 새로운 분야로 '전직'을 한답시고 사실상 백수나 다름 없이 몇 개월을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불안하던 때 문득 책장을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할 때 꺼내들었던 고전 소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읽었던 소설 중 쉽고 재미있으면서 큰 감동을 줬던 소설들을 다시 기억하면서 한번 적어보려 한다.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문체에 빠져든 명작 <나의 미카엘>


대학에서 만난 미카엘과 한나.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책이다. 부유하지 못하지만, 서로 의지 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고뇌와 번뇌가 담긴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자칫 지루함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줄거리가 주는 감동과 재미가 아닌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매력적인 몇 개의 단어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주는 독특한 소설이다.

 

대다수의 리뷰를 보더라도 이 책은 조금 지루한 책이라고 본다. 남녀의 이야기지만,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이 담긴 것이 아니고,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우리처럼 단조로운 이야기를 펼쳐간다. 권태롭게 이어지는 10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우리네 삶과 고독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현실적인 미카엘의 모습과 꿈을 쫓는 한나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안녕, 미카엘. 나는 창가에 서서 김 서린 창문에 손가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그릴 거예요. 원한다면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손을 흔드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당신의 환상을 깨지는 않겠어요. 난 당신과 함께가 아니에요. 우리는 두 사람이지 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더 이상은 내 사려 깊은 장남 노릇을 할 수는 없어요. 잘 가세요.”

말이 필요 없는 <햄릿> 희곡의 매력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연극이나 뮤지컬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유명해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이런 내 생각에 작은 변화를 줬다. 익숙하지 않은 희곡이라는 점에서 읽기에 불편할 것 같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너무 쉽게 읽히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어갔다.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유명하지만, 희곡으로 읽고나니 사실 그보다 더욱 가슴에 남는 대사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말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화려한 미사여구의 향연이 녹아든 작품이다.


마치 뮤지컬을 본 후 계속해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처럼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희곡을 풀어 쓴 버전이 아닌 원본으로 햄릿을 읽으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하지만, 희곡이고 수많은 번역본이 있다는 특성상 출판사에 따라 줄거리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내가 봤던 햄릿에서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가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나온다.)


오히려 이런 점이 햄릿을 찾고 또 찾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햄릿은 단순히 한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닌 대사 한마디에 집중하며 읽어볼 가치가 있는 고전이자 그 고전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겨울에 읽을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 


솔제니친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매일 다섯 시 기상 신호가 울리고,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힘든 노동만이 있는 배고픔과 추위, 병과 싸워야 하는 수용소의 하루를 담고 있는 책이다.(내용에 매우 충실한 제목이다.)


단 하루 동안의 수용소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개인의 비극적 삶을 통해 바라보는 연민과 인간애가 담겨 있으며, 정치 지도자에 의한 끔찍한 공권력의 현실을 볼 수 있고, 그런 현실을 비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수용소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소설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힘겹게 일어나야 하고,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맨손으로 작업을 하고, 이가 썩어 들어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며, 빵 하나에 위로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군필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목격했거나 겪어봤을 장면이 아닐까? 군대라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책 속 수용소 수감자들의 아픔에 크게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용소의 삶은 비단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합리한 정치권력에 의해 고통받는 약자들이 많고, 그 고통을 감내해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죽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어서, 잎담배 두 컵을 살 수 있어서 거의 행복했다”라고 말한 주인공 슈호프처럼.


폐쇄된 도시와 극한의 절망, 그 속의 투쟁 <페스트>


알베르트 카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페스트>는 읽는 내내 더러움, 불결함, 회색, 암울함을 느꼈던 소설이다. 소설 제목처럼 한 도시를 휩쓴 페스트로 인간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페스트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위대함도 표현하고 있다.


페스트가 퍼진 도시 오랑의 사람들은 문고리를 잠그고, 공동체를 버리며 개인의 삶만을 이어간다. 페스트가 사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문고리를 풀고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별한 사람들은 다시 만난다.


소설 속에서 페스트가 주는 의미는 현재의 반성, 화합, 평등의 가치다. 개인적으로 이런 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필요라 생각한다. 과거를 통해 현실을 반성해보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힘이 바로 고전에 있지 않을까? 페스트가 퍼지면서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페스트보다 무서운 인간의 모습들. 극한의 절망에 맞닥뜨린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자연스럽게 광해가 떠오르는 소설 <왕자와 거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톰 소여의 모험>으로 호감을 줬던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는 ‘딱히 선호하는 작가가 없고, 그냥 책이 재미있으면 되는거지 작가를 구분해가며 책을 봐야 하나…’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팬심을 갖게 한 작품이다. 


그의 풍부한 어휘력 때문에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이 정말 고역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배경을 묘사해가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소설에 빠져들게 만든 이유가 거기 있었던 것 같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왕자와 거지는 쌍둥이 같은 외모로 하루 아침에 신분이 바뀐 에드워드 왕자와 톰의 이야기다.


거지에서 왕이 된 톰은 전제정치와 사치스러운 왕궁의 모습을 비판하며, 거지가 된 에드워드 왕자는 천민들의 밑바닥 삶과 무자비한 법에 대한 풍자를 한다. 우리 영화 <광해>에서 보여줬듯 이러한 과정을 적절한 재미와 감동으로 풀어쓰고 있다. 타인의 삶을 꿈꿔보던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는 과정과 그 후의 수많은 에피소드, 그리고 마크 트웨인 특유의 화법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이건 꼭! 책으로 봐야해! <레 미제라블>


영화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라는 한계에도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보여주며 5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줬다. 나 역시 소설의 감동을 영화에서 제대로 표현해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며 두 번 영화관을 찾아가 관람을 했고, DVD로 몇 번이고 다시 봤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시간의 한계상 소설의 소소한 부분까지는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소설을 감명 깊게 봤던 난 영화의 빠른 전개에 조금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레 미제라블은 ‘장발장’으로 대표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 미제라블에서 말하는 민중의 투쟁이 아닌 교과서에서 배운 한 인간의 개과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원작의 위대함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출판사에 따라 다르지만, 5~6권이라는 분량이 조금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고전의 재미 그리고 원작의 재미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꼭! 읽어 보라고 적극 추천하는 고전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명작 소설들이 있어 이렇게 6개의 소설만을 소개하기엔 스스로도 아쉽다. 


어쨌든 고전의 힘은 무엇인가, 왜 이런 소설들이 명작이라 불리며 세기가 변해도 끝없이 사람들이 찾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셨던 분들이라면 위의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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