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올프체스키 Jan 21. 2022

소몰이가 물러가고 후크송이 떠오르던 그 때를 추억하며

거짓말과 텔미가 휘어잡은 2007년 가장 빛났던 신인

2007년 가요계는 두 남녀 그룹이 일종의 신드롬을 만들었던 해였습니다. 바로 '빅뱅'과 '원더걸스'가 주인공이었는데요.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빅뱅의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 그리고 원더걸스의 <Tell me>는 200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노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2세대 아이돌의 본격적인 시대였지만, 다양한 장르와 가수들이 두루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거짓말과 텔미의 기억이 너무 강했기에 2007년 가요계의 히트곡들을 기억하기가 쉽진 않지만 'SS501',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동방신기'가 대표하는 2세대 아이돌 그룹이 거대 팬덤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에픽하이', 'SG워너비', '씨야',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특정 장르로 꾸준한 사랑을 받던 그룹과 '손호영', '이루', '브라이언', '아이비', '이승기', '양파', '김종국' 등 솔로 가수들의 인기도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이외에도 '이루', '렉시', '린', '이기찬', 'VOS', 'M.C the MAX'로 대표하는 댄스, 힙합, 발라드 등 많은 장르도 큰 사랑을 받았었죠.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생각도 들어요. 과연 지금의 가요 차트 1위를 하는 노래들이 10년, 20년이 지나서도 과연 회자가 될 수 있을지. 위에 나열한 가수들의 노래만 생각해 봐도 지금도 즐겨 듣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일이 많은데 지금의 노래들도 가능할까? 당시의 인기 있던 노래들은 감히 명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참 좋은 곡들이 많았습니다.


대형 가수들 속에서 빛났던 신인

지금이야 음악방송 차트에서 1위는 아이돌 가수들이 독차지 하고 있지만 2007년 당시의 1위 곡들을 살펴보면 마냥 아이돌판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초반 겨울 감성을 자극했던 이루의 <흰눈>이 큰 사랑을 받았었고,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Fan>과 리쌍의 <발레리노>도 있었죠. 이기찬의 <미인>과 양파 <사랑 그게 뭔데> 같은 발라드곡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그리고 소몰이 창법의 남녀 대표 SG워너비의 <아리랑>, 씨야 <사랑의 인사>도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1위를 안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 생각되는 가수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1위 곡도 있습니다. 바로 2007년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신인 '윤하'의 <비밀번호 486>이라는 옛감성을 담은 제목의 곡이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2회 차지했었는데요. 빅뱅과 원더걸스에 가려졌지만 윤하의 1집 [고백하기 좋은 날]은 소몰이 창법과 아이돌에 질려있던 대중과 평론가에게 신선함을 주면서 올해의 신인상과 올해의 음악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혜성>으로 일본을 강타했던 소녀 가수 '윤하'

먼저 윤하를 소개하기 전에 일본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2004년부터 일본 생활을 시작한 윤하는 그 해 9월 싱글 <ゆびきり(유비키리 | 약속)>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ほうき星(호우키보시 | 혜성)>를 발표했는데요. 인기 애니메이션 블리치 3기의 엔딩곡에 선정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보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이 오리콘 주간 차트 20위권에 처음 진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오리콘의 혜성'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윤하의 일본에서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윤하의 일본 라이브 중 혜성을 부르는 영상이 있는데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수줍은 말투와 여고생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한 이후 노래가 시작되자 목소리가 확~ 바뀌는 영상을 봤을 때 그녀는 준비된 프로. 될성 부른 떡잎이라는 느낌을 팍! 줬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레전드 영상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하죠.

https://youtu.be/ngYueecL5UE

노래 시작되자 목소리가 돌변하는 게 포인트!

성공적인 한국 데뷔 정규 1집 [고백하기 좋은 날]

일본에서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본격적인 정규 앨범 전 <기다리다>, <Audition>과 같은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정규 1집 [고백하기 좋은 날]을 발표했습니다.


경쾌한 피아노 기반의 팝 록 타이틀 곡인 <비밀번호 486>은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도 하고 다양한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1집 앨범의 구성은 정말 다양한 장르를 이렇게나 잘 소화할 수 있다는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강렬한 락 사운드 기반의 1번 트랙 <Delete>와 <비밀번호 486>만 비교해 봐도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의 매력이 충분히 전해집니다. 그리고 감미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담은 <고백하기 좋은 날>과 <연애조건>은 19세 소녀의 맑은 감성을 충분히 전해줬어요.


게다가 휘성과 함께했던 <어린 욕심>으로 파워풀한 보컬의 매력까지 보여주면서 말 그대로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의 소유자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보여줬습니다. 지금 봐도 전곡이 참 좋은데 당시 휘성과 하림 등 국내 굴지의 싱어송라이터가 함께 음반에 참여했기에 이런 완성도를 보였던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윤하의 오랜 활동을 담기엔 참 많은 사연과 음악이 있습니다. 소속사와의 소송 문제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윤하의 음악이 왜 이렇게 별로가 돼가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던 시기가 이 때부터였더라고요. 하지만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지금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여성 보컬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1집 이후 그 화제성을 오랫동안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정규 4집 앨범 [Supersonic]을 발표했을 때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음원 차트에서는 실패로 볼 수 있었지만, 앨범 판매에서는 활약을 했던 것을 보면 많은 대중이 기획형 아이돌에 질려갈 때 찾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 대표적인 가수 중 하나가 바로 윤하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2007년 당시의 소몰이 창법이 절정에 달하던 때 빅뱅과 원더걸스가 후크송이라는 트렌드로 소몰이를 잠시 잠재웠었는데요. 그 사이에 등장한 소몰이도, 후크도 아닌 오직 매력적인 보컬로 승부했던 윤하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윤하의 다른 추천곡

<약속>, <빗소리>, <우린 달라졌을까(with 존 박)>, <girl>, <好きなんだ(스키난다 | 좋아해)>,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아... 너무 많은데... 여기까지..

https://youtu.be/jPkLmKczuhY

연관 추천 아티스트- YUI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허스키하고 맑은 목소리로 락과 어쿠스틱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국내에서 한 때 네이버 해외 가수 팬카페 회원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곡으로는 <Good Bye Day>, <Summer Song>, <Rolling Star>, <Sky Line> 등이 있습니다.

https://youtu.be/zFIKf51syiQ


매거진의 이전글 '홍대 여신'을 추앙하던 그 시절 홍대 감성이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