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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Jan 18. 2022

'홍대 여신'을 추앙하던 그 시절 홍대 감성이 그립다

타루(Taru) - ep앨범 R.A.I.N.B.O.W

10년 전쯤 다니던 직장이 홍대 인근이었고,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이 홍대와 가깝다 보니 홍대 인근의 변화되는 모습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홍대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2000년대 후반의 홍대는 정말 홍대라는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특유의 분위기가 걷는 재미. 찾아가는 재미를 주었기에 홍대는 단순히 놀러 가는 곳이라기 보다 죽은 줄 알았던 중2병 감성을 다시 채우고 오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젊음의 거리 느낌인 홍대 거리

지금의 홍대 모습은 그때의 느낌과 많이 다릅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밤 늦은 시간까지 넘쳐나는 젊은 사람들과 고성방가 술취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소비의 공간. 술과 클럽의 느낌만 물씬 느끼게 만듭니다.


장기하, 모던록 그리고 '홍대여신' 인디음악이 대표했던 그 시절 홍대

인디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등 1세대 인디밴드의 전성기가 점차 지나가면서 이후에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디 밴드들이 '인디 음악', '홍대 음악'이라는 타이틀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이야기하는 '홍대 여신'이 아마 그 시절 홍대 음악을 이야기하는 핫 키워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 때의 홍대는 일종의 다신교였습니다. 뎁(deb)과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 요조, 한희정 그리고 타루 등 홍대여신을 대표하는 뮤지션의 인기도 상당했었는데요.


인디 음악 신에서 예쁘장한 외모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 뮤지션들에겐 점차 이 홍대 여신이라는 키워드가 쉽게 붙었습니다. 사실 홍대에서 활동하면서 좀 예쁘장하고 여리여리한 여성 보컬 중 아마 홍대 여신이란 소리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Y-5NZu4C7Y

이 홍대 여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는 다양한 썰이 있지만, 요조를 홍보하기 위해 당시 파스텔 뮤직에서 자주 사용하다 보니 널리 퍼지게 됐다고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조는 여전히 홍대 여신 하면 먼저 떠오르는 뮤지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CM송과 OST로 독보적인 여신이 됐던 '타루'

처음 듣는 리스너들의 귀에도 꽂히는 독특한 음색을 가졌던 홍대 여신의 대표주자 '타루'는 홍대 여신의 가장 표본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빈티지한 원피스, 기타, 독특한 음색, 아담한 키 등등(여기에 우쿨렐레와 인도 여행 경험, 낮 시간 라디오 활동이 홍대 여신의 필수 코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홍대 여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갖췄죠.


어쿠스틱과 모던록 등 듣기 편한 홍대 음악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 2008년 발표한 타루의 ep앨범 <R.A.I.N.B.O.W>는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세련된 느낌의 곡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앨범의 프로듀싱을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자 하우스 음악을 즐겨하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한 것만 봐도 전체적인 앨범의 느낌은 전해질 것 같습니다.

홍대 여신의 느낌은 이런 느낌

미성의 음색이 워낙 이런 일렉트로닉 음악과도 잘 어울려서 센티멘탈 시너리와 타루의 조합은 꽤나 잘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요. 타이틀곡인 <Love Today>는 연꽃씨차 우연의 CF송으로도 유명합니다. 상큼하고 스윗한 이 곡은 타루의 이름을 많이 알리기도 했던 곡입니다.


앨범의 첫 번째 곡 <Yesterday>는 흥겨운 비트와 그렇지 않은 가사가 어우러지는 곡인데요. 화려한 신디사이저 연주도 듣기 좋아 앨범의 첫 곡부터 꽤 강한 인상을 줬던 것 같습니다. 첫 곡에 이어 조금은 어쿠스틱한 기타 연주와 아련한 목소리로 부르는 <Miss You>까지 제법 좋은 노래들이 이어지면서 당시에 음반매장에서 청음을 하다가 구매를 결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6번 트랙의 <날씨 맑음>은 이 앨범 중 저의 최애곡인데요. '미스티 블루'의 <날씨 맑음>을 커버한 노래로 사실 원곡이 있다는 건 알지 못했음. 미스티 블루의 버전보다 훨씬 경쾌하고 맑은 느낌으로 타루가 새롭게 불렀습니다. 앨범 모든 곡들 중 개인적으로 타루의 매력이 가장 잘 느껴지는 곡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외에도 애절한 발라드곡 <제발>과 <오! 다시> 두 곡도 빼면 섭섭한 좋은 곡들입니다.


ep앨범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타루는 드라마 OST와 CM송 등으로도 대중들에게 많이 어필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블링블링 캔유폰 CF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Bling Bling>은 아마 가장 많은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대중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질 줄 알았던 그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아 저도 잊고 살았는데요. 최근엔 복면가왕에도 나오면서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침체기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홍대 여신이라는 타이틀로만 부르기에는 여러 가지로 매력 있는 뮤지션이었기에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해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타루의 ep앨범은 저에겐 오래 전의 홍대 감성을 자극시키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여름밤에 울리던 거리의 버스킹도 소규모 카페에서 이뤄지던 작은 인디 가수들의 공연들도 목적 없이 거닐던 거리들도 지금은 그 기억들을 그곳에서 떠올리기가 쉽진 않지만 어쩌면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홍대 여신이 추앙받으며 신들의 전쟁터(?)였던 그 시절의 홍대 감성.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겐 홍대란 어떤 느낌을 주는 곳인가요?


타루의 다른 추천곡

<여기서 끝내자(Duet with 짙은)>  / <예뻐할께(Feat. MC한길)>

연관 추천곡

'센티멘탈 시너리' <Harp Song>, <Brand New Life(Feat. 타루)>, <View>

부담스럽지 않은 일렉트로닉 하우스 음악을 좋아한다면 타루의 음악과 함께 센티멘탈 시너리 음악도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xw0y93CB3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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