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팝이 뭔진 잘 몰라도 드라이브 음악으론 최고지
올드하지만, 세련된 감성을 전하는 말그대로 '레트로' 감성이 요즘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움을 오래된 것에서 찾는다는 게 참 재미있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 대중음악에서도 박문치의 음악이 인기를 끌었었고, 국내 시티팝의 대부라고도 말하는 김현철의 1집 앨범 수록곡 <오랜만에>가 2020년 재발매 되기도 하면서 정작 본인은 1집 제작 당시 시티팝 장르라는 걸 몰랐다고... '시티팝' 장르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티팝 하면 국내에서도 가장 대표적 아티스트라고 뽑을 수 있는 일본의 여가수 '안리(ANRI)'의 대표 앨범 [Timely!!]에 대해 짧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많이 알려지던 2017년쯤부터 국내에서 재조명 받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1978년 데뷔를 했던 안리(杏里, 본명: 카와시마 에이코)인데요. 국내에서야 재조명 받은 아티스트이지 이미 일본에서는 정상을 찍었던 대표적인 J-Pop 아티스트입니다.
시티팝 장르 애호가 사이에서 가장 대표적인 앨범으로 뽑히는 1983년에 발표한 6번째 앨범 [Timely!!]는 "시티팝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곡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사실 당시 이런 비슷한 분위기와 장르가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어서 그 시대 시티팝 장르라고 하는 음악들을 듣다 보면 아티스트에 대한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 앨범의 수록곡 <CAT`S EYE>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그녀에게 첫 오리콘 1위라는 영광을 준 곡이었는데요. 일본의 대표 시티팝으로 뽑히는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보다 먼저 발매가 되었기에 아무래도 안리와 타케우치 마리야가 가장 대표적인 시티팝의 선구자로 많이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당시 80년대의 일본 시티팝은 대부분의 곡들이 명곡으로 꼽히면서 꾸준한 재조명을 받고 있을 정도로 이 시기의 J-pop은 시티팝이 대표한다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CAT`S EYE>와 함께 수록곡 <悲しみがとまらない>(번역하자면 '슬픔이 멈추지 않아?라고 해야할까)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두 곡 모두 여름의 신나고 뜨거운 느낌을 전해주기에 듣고 있으면 여름 특유의 무더위 후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참 좋은 곡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Driving My Love>와 <Remember Summer Days>처럼 조금은 느린 템포에 베이스와 색소폰 연주가 돋보이는 이 두 곡도 추천해 보고 싶습니다.
6집 앨범 [Timely!!]는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대중음악의 분위기와 시티팝 감성이 정말 잘 드러나는 앨범이기에 전곡을 다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장르적 특성과 감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시티팝이라고 하면 70~80년대 일본에서 시작한 도시적인 감성을 풍기는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시적인 감성'이 참 뭐라고 설명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도시적인 감성이란 걸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데 도시적 감성을 전달한다고 해서 시티팝이라고 말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인 특성으로 얘기해 보자면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색소폰과 일렉 기타, 베이스 기타처럼 전체적인 트랙 구성에서 조금은 뒤에 깔려 있던 악기들이 앞으로 튀어나온(?) 특성이 있는 장르입니다. 전체적으로 전자음이 그루브하게 흐르면서 편안하고 세련된 감성을 전하고 있는 것도 시티팝의 대표적인 특성이겠죠.
그런데 한창 시티팝이 인기를 끌던 그 당시에 시티팝이란 용어를 사용한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죠.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중을 위한 음악만이 아닌 지역색이 강한 음악들도 그 지역 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던 일본이기에 이런 곡들이 70년대 후반 80년대 일본 도쿄와 같은 주요 도시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다 보니 시티팝이라고 부르는 것 아닐까요? 제가 전문가는 아닌지라 정확한 정보는 모릅니다...
국내에서도 시티팝곡이라고 꼽히는 80년대 곡들이 많이 있지만 그 당시엔 그런 음악을 시티팝이라고 소개하진 않았는데요. 2010년대 후반에 와서 당시의 다양한 퓨전 재즈, 신스팝 등의 장르를 어쩌면 시티팝으로 묶어서 말하는 것 같기에 시티팝은 전통적인 음악 장르라기 보다는 도심 야경을 풍경 삼은 감성을 전하는 음악적 특성이 있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역주행으로 큰 사랑을 받은 '브레이브걸스'의 띵곡 <롤린>의 인기에 힘입어 <운전만해>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곡이 시티팝 장르라고 불리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고, 다양한 시티팝 추천곡들도 유튜브 등에서 그 플레이리스트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시티팝 장르로 활동하는 가수들도 점차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이 글을 마치며 국내 아티스트 중 '유키카'의 <네온>과 '김아름'의 싱글 <Drive>와 앨범 [SUMMER CITY], '오넷'의 <OCEAN>, 'ADOY'의 최근 곡 <Simply> 그리고 '레인보우노트'의 앨범 [Rainbow note] 수록곡 <1호선>, <여름안의 추억>, <Beautiful Night>을 꼭 들어보시길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