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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Feb 29. 2016

퇴사 후 건강을 되찾는 가장 빠른 방법

#문돌이 #퇴사결심 #100일

 퇴사 후 가장 먼저 챙겨할 부분은 역시 건강이다. 길지는 않은 회사 생활 동안 망가진 부위가 한 둘이 아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종합병원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우선 몸의 밸런스가 망가졌다. 8%를 유지했던 체지방이 정확히 2배 늘어난 16%를 기록했다. 늘어난 몸무게만큼 지방만 늘어났나 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던 살의 출렁임에도 애써 외면했던 사실이 정기검진을 통해 드러났다. 살이 찌면 근육도 조금씩은 늘어야 정상인데 근육량만큼은 절댓값을 유지하고 있었다. 



 혈압이 높아졌다. 정상 수치보다 약간 낮은 정도였던 혈압이 주의를 요하는 수치까지 올라갔다. 일을 하다 뒷목이 당기는 그 불쾌한 기분이 숫자로 나타났다. 20대에 혈압을 걱정하다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시력은 포기했지만 다른 부분은 멀쩡하기를 바랐다.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저녁이 되면 찾아오는 두통과 편두통에 시달렸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울려대는 덕분에 가뜩이나 집중이 힘든 야근이 더욱 고달팠다. 여기에 상기된 얼굴에 돋아다는 피부 트러블까지 겹치면 넉다운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팩을 덕지덕지 붙여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피부 치료는 왜 그리 비싼지.. 거기다 한약까지 한 첩 지어먹은 달에는 '월급을 버는 의미가  있는가'라는 고민에 빠진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퇴사 전 3가지 목표를 세웠다.  


1. 늦잠 
2. 식습관 개선 
3. 운동 


 당분간 늦잠을 자기로 결심했다. 사실 퇴사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다. 몇 시에 자든 5시 50분에 일어나는 생활을 너무 오래 지속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던 기간에는 5시에도 일어났다. 좀비처럼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해서 억지로 잠을 깨고 출근을 했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게 한국말인지 영어인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영어를 배웠는데도 스피킹 점수가 올랐다는 건 신기하다.  



 퇴사 후 목표 달성을 위해 알람을 맞추지 않았다. 늦잠을 목표로 삼을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오전 내내 잠을 자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잠들었으나 6시 45분에 눈이 떠졌다. 만약 평소에 그 시간에 일어났다면 난리가 났을 거다. 15분 안에 집을 나서야 지각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위기도 있었다. 거의 회식 다음날에 일어난 일들로, 일어나자마자 옷만 입고 출근을 했다. 일단 사무실에 도착 후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잠시 내려가 샤워를 하고 올라온 기억이 난다.   


 좀 더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탄천을 뛰었다. 뛰면서 지나친 지하철역에는  정신없이 이동하는 직장인들이 보였다. 뭐가 그리 바쁜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하철역으로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알람 없이도 잠에서 깨는 상황은 일주일 씩이나 지속됐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몸이 이제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걸 인식했나 보다. 아침에 한 두 시간 더 자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학생 때도 아침이 소중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자를 한 통 받았다. 강남역에 새로 생긴 서점에서 오픈 기념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당첨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책 한 권을 받았는데 그림이 많아 술술 읽혔다. 삶은 어렵다는 주제의 책이었는데 평소에는 읽지 않는 장르인데도 백수가 되고 나니 위로가 되는  듯했다.  

  

 옛날 몸을 되찾기 위한 식단 관리에 돌입한다. 아침은 무조건 챙겨 먹고 도서관에 갈 때는 고구마, 계란, 바나나로 구성된 도시락을 챙겨 간다. 군것질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가계부 앱을 뒤져보니 빵과 커피값만 매달 10만 원 이상 나가고 있었다. 수입이 없으니 한 푼이 아쉽기도 하고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고구마, 계란, 바나나가 질릴 때는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메뉴를 바꿔가며 3달 동안 유지하니 몸무게가 5킬로나 빠졌다. 뱃살도 많이 줄어들었고 다른 것보다 속 쓰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끊은 결과다. 회식이 없으니 술도 마실 일이 없다.  


 체성분 검사를 하니 확실히 지방이 줄어든 게 보인다.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최소로 했는데도 근육이 좀 빠진 부분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상태가 됐다. 단 3달 만에 생긴 일이다.  



 주 4~5회 운동 계획을 세웠다. 유산소 운동은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만 하고 근력 운동에 집중했다. 조금 늦잠을 자고 운동을 하니 등교하는 학생들과 종종 마주친다. 어린 친구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운동을 하니 덩달아 어려지는 느낌이다. 이왕 쉬는 김에 입사 전 수준으로 몸을 되돌리는 게 목표인데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겠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 주말에는 오전, 저녁 2회 운동 계획도 세웠다.  

 사내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복근 운동을 시킬 때는 그렇게 하기가 귀찮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복근 운동도 즐거울 때가 있다. 당연히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복근 운동은 주로 휴대폰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는데, 나는 토할 것 같은데 여유 있게 동작을 취하는 트레이너들을 보면 화가 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잠을 충분히 자고(특히 아침) 식습관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운동을 병행하니 하루가 다르게 몸이 회복된다. 거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없으니 근심 걱정 없이 즐거웠던 스무 살로 돌아간 듯하다. 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 주 3~4일만 학교를 가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몸은 만세를 부르고 있었지만 이때 제대로 관리를 해줘야 더 힘을 내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몸이 건강해야 모든 일에 효율이 난다. 백수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감 해소에도 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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