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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r 03. 2016

퇴사 후 늘려야 할 근육이 있다

#문돌이 #퇴사결심 #100일

     몸에만 근육이 필요한 게 아니다. 몸 말고도 필요한 근육이 두 개나 더 있었다. 바로 공부 근육과 챙김 근육이다. 더 좋은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으나 네이밍 센스의 한계였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PPT자료를 만들 때도 그렇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생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가 보다.  


   그동안 자기계발에 시간을 갖지 못했던 만큼 독서와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적응이다. 단 2시 간만 앉아 있어도 몸이 근질거리고 휴대폰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아직도 회사 막내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화는 3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하고 휴대폰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전화 소리가 나면 아직도 예민하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다. 주소록에 없는 번호로 전화가와도 이제 두렵지 않다. 더 이상 화난 고객을 달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죄송 머신으로 변신해서 고객님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죄송’을 반복할 일도 없다. 돌이켜보면 죄송하다는 말로 내 선에서 끝내면 다행이었다. 이 말만 듣지 않으면 그래도 성공적이다.


  너 말고 상사 바꿔 or 팀장 바꿔  



    공부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학창 시절에는 조용한 독서실에 있어야 공부가 잘 됐는데 이제는 백색소음에 익숙해졌는지 카페에서 집중하는 게 편하다. 독서실에는 딱 한 번 가봤다. 주변의 시선이 없으니  딴짓을 하게 되고 조금만 피곤해도 엎드려서 잠을 잤다. 카페는  오픈된 공간이라 딴짓을 하기도 애매하고 공부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커피 한 잔 시키고 하루 종일 버티는 민폐 죽돌이가 되지 않으려고 카페 공부를 위한 기준도 세웠다. 동네 커피집에는 미리 공부를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신 자리가 꽉 차면 눈치껏 나가는 걸로. 텅 비어 있는 매장보다는 자리가 조금이라도 차 있으면 손님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사장님의 답변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보면 가끔 몰래 외부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으면서 하루 종일 버티는 손님들이 있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공부를 하고 일어나는 매너가 필요하다. 커피를 마실 돈도 아껴야 해서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도서관이 답답해지면 한 번 씩 방문하고 있다.



    두 번째 근육은 챙김 근육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 


‘나도 눈치 보느라 힘들게 살았어’ 


    라는 핑계로 지냈지만 이제는 바뀌려 한다. 먼저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 일을 가끔씩 도와드렸다. 표현은 안 하셨지만 주말 없이 일을 하느라 모임에 나가지 못하셨던 어머니를 위해 대신 가게에 나갔다. 작은 매장이지만 운영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임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이야기해달라는 말에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소홀했던 친구 모임을 부활시켰다. 메신저로는 간간이 소식을 전하지만 막상 1년에 한 두 번 모으기도 쉽지 않은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게 계획을 짰다. 경찰, 군인을 제외하면 주말에 일하는 사람이 없어 모이는 날은 거의 토요일 오후 시간이다. 오후 중에서도 저녁이 아닌 2~3시를 잡는 편인데 꽤나 효율이 좋다.


    술을 즐길 정도(?)로만 조금 마시는 필자 입장에서는 시끄러운  술집보다는 조용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각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헤어지면 일요일을 온전하게 보내고 월요일을 대비할 수 있다.


    백수에게는 회비를 받지 않으려는 불순한 무리들이 있는데 창피한 마음 없이 호의를 받고 있다. 이해관계 따지지 않는 소중한 인연이기도 하고 조만간 전부 두 배로 돌려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금방 물러진다. 나 이를 한 살 먹을수록 더욱 뼈 저리게 느끼고 있다. 공부 근육과 챙김 근육,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신경 써야 하고 시간이 없어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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