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Aug 19. 2018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합니다

백색소음이 필요해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고 많은 변화가 생겼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52시간 근무제도 적용 대상자가 되었다.


 6시에 퇴근을 하게 되면서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거의 출근하듯이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참고로 지금 이 글도 스타벅스에서 작성했다.


 회사에서는 52시간 근무 제도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PC-off 제도이다.


 일정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종료된다. 다시 컴퓨터의 전원을 켜면 몇 분 뒤 다시 종료가 된다. 몇 분의 시간을 주는 이유는 야근이 필요할 경우 사유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치기 위함이다. 야근 사유를 입력하면 계속해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유를 입력하는 것도 주 52시간이 한계이다. 더 초과해서 일하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결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초과로 근무한 부분에 대해 쉬는 날을 지정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회사는 초과근무에 대해 아주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초과근무가 많이 발생하는 부서장에게 평가상 마이너스를 주는 곳도 있을 정도다.


 직원들의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뉜다.



 환영 vs 불만

  52시간 근무제를 환영하는 그룹은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누릴 수 있어 기뻐한다. 주 5일을 일하거나 잠자는 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만족해한다. 급여가 조금 줄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며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52시간 근무제에 불만인 그룹도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기본급의 비중이 낮고 잔업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업종에서 많은 반발이 있다. 잔업으로 1.5배의 야근수당을 받던 근로자의 경우 매월 수령액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지인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물어보니 어떤 직종에서 일을 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렸다. 사무직종에서 일하는 지인들은 불필요한 회의가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회의를 소집하고 아이디어를 내어보라는 소모적인 회의가 줄어든 부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한 사무직의 경우 야근을 해도 기술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근비가 없는 경우가 많아 52시간 근무제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기술직에서 일하는 지인들은 야근수당, 휴일수당이 없어진 부분에 아쉬움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었다. 업무량은 줄지 않았는데 근무시간만 갑자기 줄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의견이었다. 주말에 출근해서 받던 1.5배 이상의 수당이 없어진 부분도 아쉽다고 했다.


 기업에서는 한정된 시간으로 이전과 동일한 효율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줄어든 근로시간에도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고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일한 생산성 측면에서는 근무시간 내에 더 집중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적용하는 방법은 집중근무 시간이다. 집중근무 시간을 설정해서 해당 시간에는 커피를 사러 가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좀 더 강제적인 방법으로 일정 시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유를 입력하게 하게 할 수도 있다. 고객을 대응해야 하는 서비스 업무가 아니라면 특정 시간에는 불필요한 전화를 하지 않게 막는 회사도 있다.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유연근무제를 많이 도입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근로자는 근무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줘야 하는 경우 또는 관공서 업무를 봐야 하는 경우 등 유연근무제는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이다. 서비스 업종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서 고객 대응이 몰리는 시간에는 더 많은 직원을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유지하기도 한다.


 업종을 크게 사무직과 기술직으로 나누었을 때 개발자인 나는 기술직에 가깝다. 기술직이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업무 특성상 야근과 주말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에 시스템을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야근이나 주말 작업을 하게 되면 이후에 그 시간만큼 대체 휴무를 해야 한다. 금전적으로는 추가 수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만족한다.

 일찍 퇴근을 한 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스타벅스에 간다. 최고 온도를 경신하고 있는 최근에는 거의 매일 간다. 


문돌이(글쓴이의 필명)는 된장남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에어컨 없는 방 한 칸에서 자취하는 내 입장에서는 시간을 활용하기 최적의 장소이다. 요즘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방에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힘이 빠진다.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도 계속 올라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100원)는 비싼 편도 아닌 데다 몇 시간 정도 머물러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해서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1. 글쓰기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브런치에 비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스로의 마감일을 정해서 꾸준하게 글을 업로드할 계획이다. 추가로 티스토리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2. 스킬업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갖기 위해 프로그래밍 관련 공부 및 개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 들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래밍 언어 책을 다시 보고 있다.


3. 미국 드라마, 테드 동영상

 영어에 관심이 많지만 영어공부는 하기 싫은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타협점으로 미국 드라마를 선택했다. 쉬운 내용은 자막 없이 보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내용은 영어자막을 활용하고 있다. 보통 다 알아듣지 못해도 자막 없이 한 번 보고 영어자막으로 다시 본 뒤 마지막으로 한글 자막으로 같은 영상을 세 번씩 시청한다.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지속적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수렴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갖게 되길 기원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