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문과생, 코딩을 배우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을 듣고 남아서 자습을 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엄청난 속도로 나가는 진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날도 생겼다. 코딩을 하면 바로 눈에 보였던 초반과 달리 심화 학습을 할수록 뒷단에서 돌아가는 로직 부분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하루 배우는 양은 엄청난 반면 실력이 늘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힘든 시기기도 했다.
이쯤 해서 수강생들의 학습에 대한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빠른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수강생 소수와 꾸역꾸역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버둥거리는 수강생, 그리고 교육을 포기하는 수강생으로 그룹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배운 내용을 바로 소화하는 우등생들은 처음과 비슷한 페이스로 공부를 해나간다. 예제 문제를 풀면서 더 좋은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점점 차이를 벌려 나간다. 내가 속했던 보통 그룹은 한 번 듣고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밤에 남아서라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강생이 많았다. 그나마 밤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면 웬만큼 따라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등생들의 도움이 컸다.
문제는 교육을 포기하는 수강생 그룹이다. 아쉽게도 더 이상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흥미를 잃은 학생들 대부분은 문과 출신이었다. 새로운 적성을 찾아 야심 차게 교육을 수강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낸 수강생들이다.
같은 학원에서 IT 국비지원 교육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IT 관련 강의도 하고 있는 지인에게 학부 시절 프로그래밍 경험에 대해 물었다. 웹이나 앱 프로그래밍을 전공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C언어 정도는 수강을 했고 다른 기계공학 전공을 들으면서도 최소한 구조나 방법론에 대한 틀은 잡은 상태였다고 답변을 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지 않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과적 마인드라고 가늠은 할 수 있었다.
현재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는 또 다른 수강생의 전공은 수학과다. 개발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어떻게 저런 발상이 바로 나오지? 하고 놀랄 때가 많았다. 본인이 수학과를 나와서 그런지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하곤 했다. 프로그래밍은 아니지만 학부 과정에서 수리적 사고와 논리구조에 대한 트레이닝을 해왔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코딩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한 수강생 다수는 상대적으로 수학에 약한 편이었다. 물론 모든 문과생이 수학 과목에 약점을 보이는 건 아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문과 이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이과 대세 흐름에도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들 중에는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코딩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도를 따라가기도 어려운 수강생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 커리큘럼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강사도 모든 학생들을 끌고 가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코딩을 포기한 경우 수강생의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과정을 포기하고 바로 다른 길을 찾는 방법과 일단 훈련수당을 위해 교육장에는 나오지만 수업시간에 다른 준비를 하는 방법이다. 내가 교육을 들은 반에도 이 2가지 케이스가 모두 존재했다. 바로 그만둔 수강생은 외국 유학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플랜 B를 어느 정도 준비한 상태였다. 대화를 많이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매사에 자신감이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장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훈련수당을 받기 위해 일단 오전 9시에 저녁 6시까지 교육장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다른 진로를 찾거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봤다. IT 국비지원 교육을 중간에 포기하는 수강생들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미리 코딩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 본다. 가끔 국비지원 교육에 대한 문의가 오면 꼭 생활코딩 같은 사이트를 활용해서 먼저 코딩을 해보라 하는 것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