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Jan 12. 2019

나도 IT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슬럼프에 빠지다

Chapter 2 문과생, 코딩을 배우다

 나머지 공부를 하면서 진도를 따라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까지 공부했던 배경을 전제로 하고 코딩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만큼 기초를 잘 쌓아 두지 못하면 2배의 고통이 뒤따랐다.


 6개월 과정 중 약 4개월이 지났을 무렵 큰 슬럼프에 빠졌다. 매일 코딩을 하고는 있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주변 수강생들과 비교해봐도 뒤져지는 기분이었다. 대부분 코딩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면 과정을 모두 마치고 전공자들과 경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공기업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를 뒤지기 시작한 것도 슬럼프 기간이었다. 내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고 동기들이 부러워하던 경영지원실에서 일을 했지만 업무 환경이 결코 좋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일반 사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시기라 공기업 취업 정보를 찾아보곤 했다.



 단순히 찾아만 본 건 아니고 실제 IT 국비지원 교육을 받는 동안 지원서도 꽤 제출했다.

몇 곳의 공기업에서 서류를 통과시켜주었고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도 여러 번 보러 다녔다. 뛰어난 개발자가 될 수 없다면 그냥 공공기관에 취업해서 사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가지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시기다.


 나의 이도 저도 아닌 마음가짐 때문인지 공기업 최종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1.5대 1의 최종 면접도 탈락했고 다른 공공기관은 예비 1번을 받았지만 채용인원이 1명이라 내 자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대기업을 그만두면서도 ‘나 하나 받아줄 회사 없겠어?’라는 오만한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방황의 시기를 보내던 중 마지막 졸업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기간이 됐다. 대부분 IT 국비지원 학원의 경우 과정의 후반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기에 누구와 조를 짜는지가 중요했다. 이전에 진행한 중간 프로젝트는 강사님이 수강생의 실력별로 조를 짜주었지만 마지막인 만큼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함께 하라고 제안을 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멤버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매일 밤 남아서 공부하던 수강생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획서와 PPT를 작성하는 건 내 몫이었기에 슬럼프로 고민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다른 멤버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기에 왜 내가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기획서 작성이 어느 정도 완료된 후에는 개발해야 할 파트를 배정받아 코딩을 시작했다.

설계에 많은 기간을 할애해서 기획서를 작성해두었기에 조금 늦게 개발을 시작했지만 구조나 흐름이 쉽게 잡혔다. 다른 수강생의 코드를 매일 리뷰하면서 진행하는 방식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코딩을 하면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혼자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고 시간이 촉박할 경우에는 동료들과 토의를 하면서 방안을 찾아 나갔다.


 마지막 6개월 차에는 정규 교육 진도보다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필요한 지식이 있을 경우 강사님에게 조별로 따로 배우기도 했고 구글 검색이나 프로그래밍 관련 문서를 보고 코드를 작성한 뒤 리뷰를 받기도 했다.


 국비지원 교육을 받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IT 국비지원 교육을 받는 수강생을 보면 대부분 20~30대로 구성되어 있다.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서 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적성을 찾아 갈고닦는 과정은 힘이 든다. 진부한 말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슬럼프 극복의 답이었다.


이전 11화 IT 국비지원 교육을 포기하는 문과생의 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