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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an 13. 2019

IT 국비지원 교육 6개월 과정 수료 소감은?

Chapter 2 문과생, 코딩을 배우다

 IT 개발자가 되겠다고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IT 국비지원 과정을 수강했다. 6개월이라는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을 코딩 공부에 할애했다. 총 960시간 과정이었는데 저녁 6시 교육 종료 이후 남아서 공부한 시간을 포함하면 1,000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라 가능했다고 본다. 아직 고작 30대이지만 20대와 30대의 마음가짐은 분명 차이가 있다. 스스로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30대가 되면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들고 결혼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질문을 받게 된다.


 문과생답게 과학은 싫어했지만 의외로 수학은 좋아했기에 6개월 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문과생이 수학을 잘하면 수능에서 큰 도움이 되는데 이때 이후로는 쓸모가 없었던 수리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됐다.



 처음 코딩을 하면서는 마냥 즐거웠다. 이 즐거움 중 일부는 지옥 같았던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즐거움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을 거다. 퇴사 버프를 받아 무엇을 해도 마냥 신이 났을 수도 있다. 여기서 버프란 주로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일정 기간 동안 올려주는 스킬이나 효과 등을 통칭한다. 내가 작성한 코드들이 화면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도 공부의욕을 돋우는 원동력이었다.


 과정을 진행하면서 힘든 시기도 많았다. 코딩 머리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그 코딩 머리가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남들은 한 번에 이해하는 걸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내 것이 되지 않는 느낌을 받을 때 특히 더했다. 수료 후 취업 시장에 나가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들과 경쟁이 가능할지 의문도 들었다. 전공생이라고 모두 개발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4년의 공부량은 당연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과 슬럼프 시기를 지나 IT 국비지원 교육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시원하면서도 진도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대기업 퇴사라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하는데 문과 출신으로 개발자 취업이 가능할 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와 이과 중에서 과학이 싫다는 이유로 문과를 선택했다. 당시 교육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문과 대세였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이과 가서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이야기도 했다. 물론 의과대학 진학을 위해 이과를 선택한 경우는 제외다.


 일단 대학에는 가야 할 것 같아 무작정 공부를 했고 대학 진학 후에는 명확하게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방향을 찾지 못한 상태로 일단 대기업에 지원을 했다. 그러다 덜컥 합격한 대기업에 다니는 일상을 보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은 20년은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럭저럭 무난한 삶을 살 기본적인 준비는 완료한 셈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죽기 전에 삶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삶도 쉽지 않은 요즘 시대지만 다른 사람이 정한 평범한 범주에 포함되고 싶지 않다는 치기 어린 생각을 20대 후반에도 가지고 있었다. 


 IT 국비지원 교육을 수료하면서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포기하려면 이미 그전에 했어야 했고 다른 수강생의 도움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교육 종료 후 시간이 생겼다고 늘어지지 않도록 아침 9시에는 인근 도서관이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지원서 작성과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 그리고 부족한 공부를 계속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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