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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un 30. 2019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올해는 아니고 작년에 히트를 쳤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이제야 읽었는데요. 광고를 많이 하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밀어주는 책을 보면 왠지 읽고 싶지 않아 여태까지 안 봤어요. 무슨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베스트셀러라고 나오는 책보다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갑자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다시 보게 됐고 하루 만에 끝까지 독파를 했어요.


 작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홍대에 가기 위해 입시지옥에 빠지기도 하고 졸업 후에는 3년 간 직장에 다니지도 않는데요. 그러다 직장 생활을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낮까지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서 카페에서 남들 일할 때 맥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역시 부럽습니다. 이제는 인세도 많이 받아서 좀 더 뒹굴거릴 수 있겠네요.



 책 자체는 굉장히 읽기 쉽게 쓰여 있어요. 자신을 디스 하면서 써 내려가는 문체는 B급 감성을 불러일으키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여러 작품의 내용을 인용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많이 담으려 한 흔적도 보입니다.


 열심히 사는 삶은 '노력'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깊습니다.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마성의 단어이기도 하죠.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잔소리는 젊은 친구들의 반발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전반적으로 보면 열심히 살았고 나름의 의미도 있지만 어렸을 때 막연하게 상상한 30대의 내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20대 초반 까지만 해도 30대가 되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게 개인차가 있겠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스타트업은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거든요.



 지금의 제 모습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일요일 저녁이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며 무심한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입사하면서 퇴사를 고민하고 출근하면서 퇴근을 고민합니다.


 삶이 고되고 피곤할 때면 얼마나 있어야 은퇴를 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도 해봅니다. 월급 외에 월 300만 원으로 목표를 잡았었는데 덜 입고 덜먹으면 200만 원 아니 150만 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목표를 낮추기도 합니다. 동남아로 가면 월세 40만 원으로 5평짜리 단칸방이 아닌 커다란 집에서 살 수 있고 요리를 조금 할 줄 알거나 로컬푸드를 주식으로 하면 월 100만 원 미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망상도 해요.


 돈이 인생이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돈은 있어야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작가는 노력한다고 다 좋은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는 않아요.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길 바라는 것보다는 노력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주절주절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뒤죽박죽이지만 결론은 좋은 에세이를 읽어서 뿌듯한 마음입니다. 정답을 내려주기보다 생각을 유도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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