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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23. 2016

퇴사한 백수의 6개 국어 도전기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6개 국어 도전에 성공한 이야기는 아니다. 당장 한국어로 글쓰기도 힘에 겨울 때도 많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 도전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기에 당장 시작해보았다. 여러 외국어를 동시에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대학교에 갓 입학한 때였다. 대학 입학 후 나는 개구리가 된 느낌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스무 살인데 어쩜 그렇게 대단한 친구들이 많은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동시에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을 달고 같은 수업을 듣는 사이가 아닌가. 


 수많은 동기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동기가 한 명 있었다. 뛰어난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았고 시원한 성격과 높은 학점으로 엄친아로 불리는 친구였다. 필자가 부러웠던 건 조금 다른 부분이었는데, 바로 그 친구가 5개 국어를 술술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잘하는지 물으면 자신 있게 잘한다고 대답하면서 김치찌개, 떡볶이 등의 단어를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원어민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S그룹 회사 면접에서 5개 국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지원자도 있었지만 그 지원자는 여행을 통해 인사말 수준만 익혔을 뿐이었다. 


 교내의 외국인들과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로도 술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5개 국어를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스무 살의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났고 서른을 앞두고 그날의 다짐이 다시 떠올랐다. 퇴사 후 지금이 바로 다시 도전할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이제 언어를 선택할 차례다. 이왕 하는 거 5개 국어에 하나를 추가했다. 5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던 친구도 그동안 발전했을 테니 6개 국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단순한 이유이다. 


 다행스럽게 한국어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학까지 16년 동안 공부를 했지만 아직도 잘 못하는 영어, 어쩌다 한 번씩 책을 펴보는 중국어, 일본어를 합치니 벌써 4개가 됐다. 남은 두 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로 채웠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언어도 골랐으니 바로 서점으로 향한다. 새 책을 사기 전에 중고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을 해봤는데 대부분의 책이 있었다.



 하루 공부시간은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시간을 잡았다. 공부할 과목이 5개나 되니(한국어는 제외) 한 과목 당 30분만 공부해도 2시간 30분이 걸린다. 


 공부한 경험이 있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그래도 진도가 나가는데, 처음 접하는 스페인어, 프랑스어는 고역이다. 4시간 이상 시간이 확보되는 주말에는 가능하지만 평일에는 스페인어 책을 펴보기도 전에 이미 밤 12시가 넘어갔다. 


 6개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며 느낀 점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단 거였다. 6개 언어가 머릿속을 빙빙 돌아서 적응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처음 도전을 시작하고 한 달 뒤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버킷리스트의 6개 국어 도전 항목은 아직 시도 상태로 남았다. 다른 활동을 시작하면서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바람에 최초 목표를 수정했다. 


 외국어 공부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어 내린 특단의 조치다. 새로 시작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한 프랑스어, 스페인어 책은 잠시 덮고 나머지 언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4개 국어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니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하겠어?


 라는 자기합리화로 안주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퇴사 후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을 더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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