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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ul 14. 2016

생존을 위한 백수의 이벤트 응모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필자는 소소한 이벤트에 많이 당첨되는 편이다. 매주 사는 로또는 소식이 없지만 이런저런 이벤트에서 경품을 받았다. 작은 이벤트에 운을 다 써서 로또와는 인연이 없는 걸까? 꾸준히 사지는 않았지만 생각날 때마다 2~3천 원씩 구매한 로또지만 오만원 이상 당첨된 적이 없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커피 쿠폰이다. 정보는 주로 SNS에서 얻는다. 이벤트 소식을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카페도 가끔 들어가는 편이다. SNS에서 알려진 이벤트는 누구나 알고 있기에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수 백장 씩 뿌려지는 커피 쿠폰보다 적은 인원이 응모하는 이벤트도 발견할 수 있다. 실명 인증이 없이 이메일 형태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이메일을 활용해서 한 번에 여러 번 당첨된 적도 있다. 


 당첨 확률이 높은 이벤트가 보이면 백수의 기운이 필자에게 참여를 종용한다. 차곡차곡 쌓이는 카페 쿠폰과 베이커리 쿠폰은 백수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 


 갑자기 주제가 백수의 절약으로 바뀐 듯한 느낌이지만 미리 챙겨둔 쿠폰만 있으면 약속시간에 일찍 도착해도 걱정이 없다. 더운 날씨에도 인근에 있는 서점까지 찾아가서 지식을 채우는 시늉을 하며 땀을 식히지 않아도 된다. 


 퇴사를 결심하고 주변에 알린 뒤에는 평소에는 없었던 약속들이 폭발적으로 잡힌다. 퇴사 전 후로 약 한 달 정도는 하루를 멀다 하고 모임에 참여했다.


 살면서 이렇게 연속적으로 많은 약속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퇴사 전까지는 어쨌든 직장인 신분이었고 인수인계에 절반의 시간을 할애했지만 여전히 본래의 업무로 처리하고 있기에 무리한 약속은 잡지 않으려 했지만 '퇴사 기념'이라는 한 단어에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했다. 


 평일에는 업무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술 약속을 멀리해서 '미꾸라지'라고도 불렸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의 주인공처럼 퇴사 기념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니 꼼짝없이 강행군을 지속해야 했다. 



 기분이 나쁜 강행군이 아니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오랜만의 숙취도 참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깨똑거리는 휴대폰을 보면서 지금까지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휴대폰에서 쿠폰이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열었더니 커피 쿠폰이 10개 정도 있다. 오늘 약속은 강남역인데 약속 시간보다 30~4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것 같다. 평소에는 뛰어도 도착하지 못할 시간이었는데 환승을 바로바로 한 덕분이다. 


 커피 쿠폰은 많지만 강남역에는 역 바로 앞에 서점이 있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서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정말 책을 사기 위해 들어온 손님도 있지만 목적 없이 서점을 천천히 두리번거리는 손님의 절반은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다. 


 자리만 차지하는 손님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바로 재테크 코너로 가서 책을 집었다. 갑자기 퇴사일기가 궁상 일기가 된 느낌이지만 그만큼 절박하게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카페라떼 효과


 카페라떼 효과는 하루 한 잔 라떼 값을 저축하면 목돈이 된다는 조어다. 소액이라도 꾸준히 저축하면 큰돈을 만들 수 있다.


 여느 재테크 책에 나오는 것처럼 5% 이상의 수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실과 이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적금 금리 수준인 3%로 계산했다. 


 라떼 한 잔 가격 : $4

 구매 빈도 : 일 1잔

 금리 : 3%

 저축기간 : 30년


 원금 : $43,776

이자 : $27,085

합계 : $70,861


 1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계산하면 77,947,100원이라는 목돈이 된다. 지금이야 통장의 잔고를 지키기 위함이지만 이 습관을 지속한다면 분명 장기적으로도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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