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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ul 18. 2016

랜섬웨어에 날아간 퇴사계획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사용하는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출몰했다. 백신으로 치료하면 끝나는 바이러스 정도라면 간단히 처리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순식간에 컴퓨터에 있는 파일의 확장자가 알 수 없는 형태로 바뀌고 돈을 내면 파일을 풀어주겠다는 악마 같은 팝업창만 뜨고 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내 컴퓨터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중요한 내용은 모두 백업을 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최근에 정리를 끝낸 퇴사 후 계획에 대한 파일은 아직 컴퓨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인을 곰곰해 생각해보니 최근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면서 자꾸 오류가 발생해서 백신 프로그램을 끄고 작업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았으나 비용을 주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비용을 지불한다고 100% 복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미 잠긴 파일을 복구하려면 약 50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



 백업을 하지 않은 파일 중 일부는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건졌지만 퇴사 일기를 위해 정리한 글쓰기 파일은 복원하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 블로그에 올려둔 원본이 있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수정 작업과 살 붙이기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결국 포맷으로 끝났다.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고 그나마 건진 파일들을 다시 백업했다. 말이 사투지 일방적으로 당하고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컴퓨터에 모든 자료를 두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에 클라우드 기반 드라이브를 이용하기로 했다. 카카오 브런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문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에는 워드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드라이브가 더 적합하다.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라면 어디서든 동기화된 자료를 볼 수 있으니 바이러스 걱정이 없는 가장 안전한 수단이다. 해킹에 대한 위협까지 100% 막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눈 앞에서 모든 파일을 날리는 경험보다는 낫다.


 날아간 퇴사 계획을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하루를 그냥 보냈다. 심신을 가라앉히고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꼬박 하루를 정리하고 복구한 초안 파일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를 해나갔다.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데도 처음과는 다른 아이디어와 기억들이 글에 입혀졌다. 글이 아니더라도 퇴사 계획에 대한 큰 틀은 몇 달을 고민한 만큼 머릿속에 들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썼다가 날아간 내용을 복구하는 과정은 쓴 열매를 먹는 것 같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가지고 있는 자료의 소중함과 컴퓨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큰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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