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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ul 28. 2016

백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지원기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로 사용자들의 인기를 얻는 회사가 있다. 유료 결제 없이 무료로 이용하기에 수익 모델이 부족해 보였는데,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이제는 슬슬 수익 모드로 전환하는 게 느껴진다. 일명 ‘현질’이 필요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아 생태계를 구축하니 각종 광고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자를 직접 채용해서 글을 발행하기 때문에 좀 더 수준 높은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협찬받은 물품을 직접 구매 사용한 후기처럼 콘텐츠를 제작하여 논란이 되는 등 여러 불협화음도 들려오지만 이 또한 회사가 그만큼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작자 공채를 진행하는데 반응이 뜨겁다. 채용 게시판을 보니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는데 취업이 가능한 지 묻는 글도 보일 정도다. 


장안의 화제 콘텐츠 크리에이터  


 글을 써서, 정확히는 콘텐츠 제작으로 먹고사는 길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필자도 지원을 했다.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한 건 아니다. 공채가 언제 나오나 간간히 소식을 살필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의 목표 중 하나가 '글쓰기로 먹고사는 것' 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도 있다. 우리는 가장 많은 책이 출판되지만  가장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모바일인데 그 블루오션을 제대로 노린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소서 양식을 살펴보니 특이한 질문들이 많았다.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을 만한 항목이 많아 작성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원동기, 성격의 장단점과 같은 항목은 이미 100개 이상의 회사에 지원했던 양식이 만들어져 있지만 참고할 내용이 별로 없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부터 말하면 탈락이다. 

 

하룻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꿈 


  답신은 하루 만에 도착했다.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빠른 회신은 항상 감사하다. 지원자가 정말 많았다고 공지사항에도 적혀 있었는데 그 많은 양을 하룻밤 사이 다 읽어버린 노력에도 격려의 말을 보내고 싶다. 분야 별로 수 십 대 일에서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거의 밤을 새우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했겠지만 세부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크게 2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우선 자소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수십 번 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경험상 10번은 퇴고 작업을 거쳐야 필자가 원하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과도 좋았다. 평범한 지원서라면 금방 완성했겠지만 생소한 항목에 대한 지원서를 수정할 시간이 부족했다.  


 두 번째는 주제의 대중성이다. '기타'라는 분야로 지원을 했다. 사실상 모든 분야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플랫폼을 타고 발행되는 만큼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바둑이란 주제는 대중성을 갖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 천재 택이가 인기 몰이를 했고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의 화제를 모았지만 바둑이란 분야 하나를 가지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모바일로 가볍게 읽는 콘텐츠라면 더더욱 흥미를 끄는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시 다른 꿈을 꾸는 동안 IT국비지원 교육이 다가왔다. 퇴사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여러 도전을 했던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콘텐츠를 발행하는 꿈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다음 기회가 또 있다.


 문송의 시대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도전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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