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빚을 지기 위한 서류들을 준비했다. 2천 만원이나 되던 학자금을 허리띠 졸라매고 갚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빚쟁이 인생이다. 중도 상환으로 마지막 학자금을 갚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수입의 7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쏟아부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돈을 관리했다.
수입의 70% 이상을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분산 투자할 것
하지만 매월 줄어드는 잔고가 대출을 하게 만들었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지금 재정상태로는 1년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백수를 위한 대출 상품이 있다. 국비지원 교육을 수강하고 있어 조건에 충족한다. 근로복지공단과 연계한 대출이라 단 1%의 이자로 6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 최대 가능 금액인 600만 원 전부를 신청했다. 매월 적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고려하면 최대로 받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CMA 계좌에만 돈을 넣어도 전혀 부담 없는 이자 덕분이다. 생활비 명목이라 한 번에 돈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당장 목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상관없다. 1년 후부터 상환해도 되기 때문에 바로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학자금이 쌓일 때만 해도 돈을 벌면 다시는 빚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마음에 2천 만원의 빚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메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 같았다. 내 생에 다시는 빚을 지지 않고 살리라는 대단한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잘만 활용하면 빚은 재산을 늘리기 위한 좋은 수단임을 깨달았다. '잘만 활용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6% 월세 수익을 올리기 위한 4% 이자는 부담이 가능하다. 대출금이 부담되면 중도상환 조건을 잘 확인해서 월급날 추가로 갚으면 된다.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활용 여하에 따라 좋은 녀석이 '빚'이다. 이제 재정 상태에 대한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여건이 만들어졌다.
없던 빚이 생겨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지만 그만큼 빨리 자리를 잡아서 상환을 해야겠다는 목적의식도 함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