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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r 28. 2017

퇴사소식을 들은 주변인의 반응은?

chapter1

    주말 아침마다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퇴사를 결심한 이상 주말에 쉬는 조차 아쉽다는 판단이었는데 정확히 반만 지켰다. 학원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까지다. 주말 반이라 매주 엄청난 양의 숙제를 해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못했다. 


 '후후, 그래도 출석은 다 했잖아?'


 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따로 예습 복습을 하지 않으면 학원 수강의 효과가 적다는 걸 알지만 퇴사를 앞두니 약속이 많았다. 비겁한 변명 같지만 정말 하루 걸러 약속이 가득 차있었다. 학원 수강을 위해 주말에도 계속 외출을 하니 자연스럽게 주말에도 약속을 잡았다. 수업을 마치고 지인들을 만나 퇴사 소식을 알렸다.


    바쁘게 살다 보니 메신저로 연락만 겨우 이어가던 친구들도 퇴사를 앞둔 필자를 만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주었다. 다들 눈가에 다크서클이 얼굴을 덮을 기세다. 운동할 여유가 없어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불룩 튀어나온 모습이 영락없는 아저씨다.


 '너 체형이 이티 같아'

 '이티 무시하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만 결국 마무리는 회사 이야기다.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니 당연한 지도 모른다. 거기에 잠자는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회사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진다. 이직 경험 없이 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3명이 모여 누가 가장 힘든지 설전을 벌였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힘들다. 자신이 군생활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고 논쟁을 벌이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의 논쟁은 나의 승리다. 나머지 친구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퇴사를 가장 먼저 결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랑은 아니다. 버티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데 정말일까?'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걱정도 많다. 어떤 일에 필이 팍 꽂히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여러 경험을 해봤지만 큰 궤도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크게 한 건 했던 경험이 있다.


 '드라마 미생은 다들 아실 것 같고, 만화 고스트 바둑왕도 아시나요?'


    2016년 1월 종영한 TV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의 학창 시절은 바둑과 함께 했다. 드라마처럼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미생에 가까웠다. 학업을 포기하고 바둑에 매달렸음에도 기재라고 말하는 바둑의 재능과 실력 모두 프로라는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린 나이에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 한계를 깨닫고는 눈물의 나날을 보내다 결국 포기 선언을 했다. 1%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적자생존의 관문을 뚫지 못한 것이다. 평범함을 포기하고 바둑 공부만 했는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은 아직까지도 아쉽다.


    신선놀음을 그만두고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공부의 기본조차 잡히지 않아 초등학교 문제집부터 다시 펼쳐야 했다. 바닥을 치던 자존감은 나를 지지해준 부모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끌어올렸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글이 아니라 생생한 체험으로 배운 값진 경험이다.  


    

    퇴사를 결심한 이 순간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옆에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몰랐던 행복이라는 단어가 살면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에  생각나는 건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그 조건들은 느끼지 못했을 뿐 항상 주변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글도 쓸 수 없었을 지 모른다.


    걱정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청해보자. 도움까지도 아니어도 좋다. 가지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회사 욕을 하다 보면 더 빨리 풀리지만 주변에 혹시나 듣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정도는 확인하기 바란다.


    '회사 반경 500m 안에서는 회사 욕 하는거 아니야. 카페, 식당 주인이 너희 회사 출신일수도 있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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