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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Apr 05. 2017

환상 0% 리얼 쉐어하우스 거주민이야기

'월세 40~50만원, 보증금은 월세 2개월 치, 관리비 1/n'

'이것은 신개념 청년 착취 부동산 사업인가?'

쉐어하우스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모아둔 돈 없는 사회초년생 신분으로 서울에서 방을 구하려니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렇다고 매일 왕복 3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자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시간이 돈이다' 라는 일념 하나로 방을 찾아보니 풀옵션 원룸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 기본이란다.


 조건을 많이 따진 것도 아닌데 월세 50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조건?


 1. 지하나 1층이 아닐 것

 2. 풀옵션일 것

 3. 회사에서 도보로 이동한 거리일 것


 돈도 없으면서 따지는 게 많다고?

가뜩이나 일도 힘든데 최소한 곰팡이 걱정, 가구나 가전제품 걱정, 통근비 걱정은 안해야 자취하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대안으로 고시원을 알아보았으나 보증금만 조금 적을 뿐 신림동 고시촌에 가지 않고서는 큰 차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주거형태가 지금 마이 스윗홈인 쉐어하우스다.


 '쉐어하우스' 그 얼마나 이상적이고 환상 100%의 집이란 말인가.


 이제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주거 형태가 되었고 비혼도 유행이라는데, 삶에서 오는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쉐어하우스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이상적이다.


 저녁이면 하우스메이트들과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도시남자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쉐어하우스를 찾아 입주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쉐어하우스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저녁에 모여 파티를 즐기는 모습까지 내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입주를 위한 금액 부분에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쉐어하우스를 선택한 1번 조건은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3인실 36만원, 2인실 42만원, 1인실 50만원?????'


 외국인이 방마다 한 명씩 배정된 글로벌한 느낌의 쉐어하우스는 더 비싼 경도 많았다.


 이쯤에서 든 생각은 '쉐어하우스 탈을 쓴 신개념 임대사업' 이었다. 일반 아파트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방 1개당 3명씩 총 9명의 입주자를 받고 있었는데, 만실을 기준으로 인당 36만원씩 계산하면 36 X 9 = 월 324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관리비는 입주자가 1/n으로 내고 있으니 사업자의 비용과는 관련 없다.


 거주 비용을 절약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적으로 집을 쉐어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욕을 먹을 정도로 현재의 쉐어하우스 사업은 과열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과 사는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양보가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교류는 긍정적인 요소도 많지만 분명 불편한 부분도 있다. 그런 불편함을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어느정도 해소를 해줘야 했는데 내가 찾아본 쉐어하우스들은 너무 비쌌다.


 겨우겨우 찾아낸 나의 쉐어하우스는 조건을 충족했을까?


 정답은 '그렇다' 이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쉐어하우스의 월세는 23만원이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포함되어 있어 추가금액은 없다. 대신 보증금이 월세의 2배가 아니라 100만원이기는 하지만 원룸 보증금 1000만원에 비하면 1/10수준이다.


 지금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를 찾은 건 정말 우연이었다. 자주 접속하는 부동산 앱에 개인이 올린 쉐어하우스 정보가 있었다.


 사진으로는 정확한 방의 상태를 알 수 없었기에 우선 바로 전화를 해서 방문 예약을 잡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서울 중에서도 비싼 편이라 40만원 이하의 고시원 찾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23만원이라니?


 처음 쉐어하우스에 방문했을 때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대략적인 구조만 파악할 수 있었다. 입주자를 받기 위해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고 해서 공사 이후로 다시 방문 예약을 했다.


 2번 째 방문에서 바로 방을 계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쉐어하우스에 함께 살면서 하우스를 관리해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쉐어하우스라서 당연히 당번을 정해 공동구역을 청소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바로 도장을 찍었다.


 방은 3.5평 정도로 작았지만 1인실이라 큰 불편함이 없었고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 건조실이 모두 갖춰져 있어 편리했다. 아침에 사람이 몰리면 출근 준비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좋았다.


 공동구역 청소도 필요 없어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물론 모든 부분이 상상했던대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거실에 둘러 앉아 저녁을 즐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 일부를 제외하면 인사만 해도 다행일 정도로 교류가 없는 편이다.


 '어색어색'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말을 붙여보려 시도도 해봤지만 6개월도 넘게 지난 지금도 어색한 사이다. 건물이 큰 편이라 족히 10명은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거주 인원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나의 생활 패턴도 한 몫을 했겠지만 도시생활의 외로움을 이야기할 동료들은 정말 1명도 생기지 않았다. 거기다 밤에 일하시는 분들도 있다보니 주말에 방에 있을 때나 어쩌다 얼굴을 마주치는 입주민도 있다.


 '도시남녀 청춘기 그런건 없다.'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도 없었다..'


 리모델링을 해서 방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보니 지금은 방이 모두 찼다. 저렴한 가격에 회사에서도 멀지 않아 거의 모든 조건을 충족했기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한 부분이 있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저축을 늘리고 정부에서 지원받는 저금리 대출을 활용해서 올해를 넘기기 전에 나만의 집을 구해볼 계획이다.


 쉐어하우스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개인마다 느끼는 바 또한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한 번은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없고 오히려 더 상업화된 주거형태를 체험하게 되는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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