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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08. 2017

백수가 바라본 직장인의 투잡

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매월 같은 날에 들어오던 월급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조만간 수령할 퇴직금을 제외하면 당분간 수익은 제로다. 월급에 큰 감흥이 있던 건 아니 예전보다 통장 정리를  일이 잦아졌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사이버머니인가?

 

 모든 고정비용은 월급날 다음부터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두었다. 적금과 펀드가 항상 먼저 빠져나가고 뒤를 이어 카드값, 보험, 휴대폰 요금, 모임 회비 등이 추가로 나간다. 정확히 5일 뒤 통장을 열어보면 남아 있는 돈은 단돈 50만 원.


 차비와 밥 값을 제외하면 보름도 채 버티지 못할 금액이다. 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만든 비상금 통장도 조금씩 메말라간다.


 이쯤 되면 투잡이 떠오른다. 투잡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달 초과하는 카드값 정도는 메꿀 만한 일이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건너 건너 알게 된 수험생의 학습 설계를 해주고 소정의 용돈(?)을 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 국내외에서 과외했던 경력을 토대로 대학 진학을 위한 플랜을 짜 주었다.



 좌담회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해당 제품을 체험하고 설문을 작성하는 것이 주 업무다. 주말 반나절을 투자해서 받은 돈은 5~6만 원 정도로 시간당 만 원이 넘었다. 운이 좋다면 수준이 있는 다과를 준비해주는 좌담회를 만날 수도 있고 체험 제품 자체가 음식인 경우도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주변에도 투잡을 뛰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과외를 하는 분들도 있고 주말에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분도 있다. 필자도 과외를 생각해봤지만 평일에는 시간을 따로 뺄 여유가 없었고, 주말에도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부를 하다 보면 금세 월요일이 돼버렸다(이따금씩 출근도 했다)


 주말이면 요리사로 전직하는 지인도 있다. 평일에는 일반 사무직으로 일을 하다가 주말이 되면 인근 웨딩홀로 출근해서 뷔페 음식을 조리하는 요리사로 변신을 한다. 정규직이 아니라 일당으로 정산을 받는데 꽤나 쏠쏠하다고 한다.



 지금은 투잡이지만 언젠가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본인 이름을 건 식당을 오픈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했다.


 공부 설계, 좌담회 아르바이트 정도를 몇 번 정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직장인의 투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투잡으로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그 시간에 직무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더 큰 소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로 숙박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다는데, 한국에서 가장 흔한 운영형태인 오피스텔, 원룸을 활용한 방식은 불법이라 단속의 대상이 된다. 현실적으로는 살고 있는 집에 남는 방을 빌려주는 정도가 본업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방식이라고 본다.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단순 카드 메꾸기 목적의 투잡이라면 차라리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 퇴사 후 백수가 되니 투잡에 대한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백수는 직장인에 비해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다. 다음은 회사에 다니던 필자의 평일 일정표다.



5:40 기상 및 샤워

6:20 간단한 아침식사

6:40 출근

~

19:00~21:00 퇴근

20:30~22:30 집 도착



 22시 30분 기준으로 하루에 16시간 50분이 남는다. 지금 당장 줄어드는 통장 잔고가 걱정되어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지출의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만큼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예상 범위의 리스크였다.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퇴사를 한 것이 아니기에 주어진 16시간 50분을 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잔고가 걱정됐다면 어떻게든 대기업에서 버티면 될 일이었다.


 당장 원잡도 없으면서 투잡을 논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어설픈 투잡 또는 단순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의 본 업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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