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서모임의 멤버들 역시 흥이 많고 술을 좋아했다. 평일에 모임을 하면 근처의 단골 이자카야에서 뒤풀이를 했는데, 얼마나 많이 갔으면 사장님이 주요 멤버들 얼굴을 다 아실 정도였다. 하지만 첫 번째 모임과 가장 다른 점은, 운영진들이 책을 정말 좋아하고 모임에 애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또래들이 모이면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독서'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모였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연애다. 평일에는 두 번, 주말에는 한 번씩 모여 독서모임을 가졌는데, 평일에는 뒤풀이를 하며 친목을 다졌고 주말에는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근교 카페로 놀러 갔다. 친밀도가 높아지고 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
모임의 총 가입 인원이 백여 명 정도면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인원은 4-50명가량이다. 두 번째 독서모임 내에서도 비밀연애 혹은 공개연애를 하는 커플들이 생겼는데, 그중에는 운영진과 일반 회원 커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진들의 연애 활동으로 인해 모임의 분위기가 흐려지거나 독서 진행에 방해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만약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있다면 운영진들이 바로 퇴출을 시킬 정도로 관리가 철저했다. 운영진들은 회원들에게 선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만큼 본인들도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했다.
반면 첫 번째 모임에서는 운영진들이 독서보다 연애와 친목에 더 관심이 많았다. 남자 운영진 중 한 명은 종종 술을 마시고 실수하곤 했는데 나의 친한 이에게 차이고 마녀사냥을 시작한 것도 그였다. 하지만 나머지 운영진들은 그와 친하다는 이유로 이를 방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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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모임 멤버들이 '분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어차피 모임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나갈 테고, 새로운 사람들은 또 들어올 테니까.
그렇게 그 모임은 변질되어 갔다.
두 번째 독서모임에서 활동하는 동안, 나는 책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었고 평소에 읽지 않았던 장르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혼자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등도 멤버들과 토론하며 재밌게 읽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데도 불구하고 책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남다른 친구들도 보았고, 독서 토론을 할 때 노트에 꼭꼭 눌러 적어온 의견을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준비를 덜 해온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때만큼 책을 열심히 읽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운영진들 중 세명은 모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공개연애를 하다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또래집단에서는 커플이 셀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많지만 나의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곳이 바로 모임인데, 좋은 모임을 운영해주고 그곳에서 인연까지 만난 운영진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었다.
독서모임에는 독서'만' 하러 가는게 아니다.
모임에 가게 되면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배움을 얻는다. '독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좁아진 나의 인간관계를 넓혀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모임에 가지 않았으면 평생 알지 못했을 사람들과 하나, 둘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매력이, 나를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모임이라는 건 회사와 다르게 강제성이 없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곳이다. 회비도 따로 걷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모임을 이끌어가는 운영진들은 재능기부이자 무보수 노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모임 멤버들이 혜택을 받는 것이니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임에 참여하는 우리의 시간도 소중하니, 알찬 모임 활동을 위해 잘 운영되는 모임의 특징 몇 가지만 적어본다.
운영진이 모임의 컨텐츠와 방향을 계속 고민한다
인원 제한을 한다 (100명의 제한을 두고, 공석이 생길 때만 새로운 사람을 받는다)
오랫동안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퇴출시키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한다
운영진의 사적인 감정이나 사생활이 모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