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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y 12. 2021

언니, 독서모임은 원래 다 이래요?

2nd

어느 날 독서모임 단톡 방에 공지가 올라왔다.

최근 운영진들의 퇴근이 늦어지는 관계로, 1차 모임 장소인 북카페에서 회원들을 관리할 인원이 없으니 북카페 대신 바로 2차 장소인 뒤풀이 자리에 모여서 책을 읽고 뒤풀이를 이어서 하자는 것이었다. 아했지만, 크게 반발하는 사람은 적었다. 사실 책 읽는 시간보다 뒤풀이가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


뒤풀이 장소는 대부분 호프집이나 이자까야였다. 그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 자연히 책은 한 곳에 밀어놓은 채 수다타임을 가지기 바빴다. 기존의 모임은 독서와 술자리의 비율이 7대 3이었다면, 운영진이 바뀐 후에는 독서모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기존에는 북카페에서 책을 두어 시간 읽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었는데, 이젠 책은 각자 읽고 모임에서는 토론을 하는 것으로 운영 방식이 변경되었다.


강제성이 사라진 독서모임에서 자발적으로 책을 읽어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존경을 표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은 급격히 감소했고 사실상 모임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놀기 위해 참석하게 되었다. 한 번은 독서모임에 새로 가입한 친구가 나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은 적이 있다.

언니, 저는 함께 책을 읽으러 왔는데 여기는 책은 읽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것 같아요. 원래 독서모임은 다 이런 건가요?


순간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책을 읽어오고 모임 와서는 토론이나 책 추천을 해요. 그런데 오늘따라 책 이야기를 거의 안 하네요~ 하하..." 얼버무렸을 때 그 친구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어 번 더 참석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임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독서모임에 계속 참석했던 것은 오로지 친한 몇몇의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즐거웠고 이를 포기하기에는 쉬웠다. 하지만 어느 날, 운영진 중 한 명이 나와 친하던 이에게 대차게 차인 후 그녀를 마녀 사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임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친한 이들 네 명과 모임을 나왔다. 더 이상 얻을 게 없으므로 아쉬움은 없었다. 현재도 그 모임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 운영되고 있다.


나는 주로 소모임 앱을 통해 모임을 찾아보고 가입한다.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지만 그 모임에 대해 파악하려면 일단 참석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두 번 가보면 싹수가 노란 모임인지, 알짜배기인지 금방 파악할 수가 있다. 목적성을 갖고 가입한 모임일 경우, 그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빠져나오는 것이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얼마 후 또다시 독서에 갈증을 느껴 다른 모임에 가입했다. 각자 책을 읽어오고 카페에 모여 토론한 후 뒤풀이를 술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은 처음 참석한 모임과 동일했다. 하지만 이곳은 규칙이 있고 체계가 있었다. 운영진들은 독서라는 주목적이 흐려지지 않게끔 지속적인 관리를 했다. 정말 잘 운영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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