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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02. 2021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 모임에 갔다

1st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는 수많은 이들은 성공 비결로 '독서'를 이야기한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 라니스터 ("칼을 갈려면 숫돌이 필요하듯, 머리를 굴리려면 독서가 필요하지")도 독서광이었다고 하고, 심지어 잘 나가는 유튜버들조차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왠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독서하기로.

먼저, 집에 있는 책들을 뒤져서 열댓 권 정도 방 한 귀퉁이에 쌓아놓았다. 출퇴근 시간에 가방 속에 책을 넣어 들고 다녔고, 자기 전에 읽기 위해 침대 머리맡에도 한 권을 놓아두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의 꿀잠을 이기기엔 독서의 유혹이 너무도 약했다. 침대에 앉아 펼쳐 드는 책은 마치 수면제와 같았고, 방구석에 쌓인 책들 위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한 권 읽는데 한 달, 두 달이 걸리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독서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모임에 참석하기로 하는 순간 '독서'라는 행위에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부여된다.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사람들과 만나 독서를 하거나 혹은 약속된 책을 읽어와서 이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한다. 약간은 숙제 같은 느낌도 들지만, 독서가 아직은 습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상당히 좋은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독서 모임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독서 습관 기르기 그리고 모임을 통한 친목 도모이다.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지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임인데, 독서에만 치중될 경우에는 재미가 없어 사람들이 금방 떨어져 나가고 친목에만 치중될 경우에는 재미는 있지만 원래의 목적인 독서에 소홀하게 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관문, 어색함 이겨내기


모임을 선택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집에서 가깝고, 가입 인원이 너무 적지 않고, 모임 소개글이 마음에 드는 곳. 가입을 누르고 그다음 주부터 바로 참석했다.

모임 장소는 어느 북카페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을 읽으며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색하게 기웃거리는 나에게 누군가가 "모임 오셨어요?" 라며 말을 건넸다. '아, 먼 말 걸어줘서 너무나 다행이다' 안도를 느끼며 그녀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후에도 수많은 모임에 참석해보았지만, 가장 어려운 관문은 역시 첫날의 어색함이다. 기존의 멤버들에게 나란 사람은 호기심의 대상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어떤 사람인지, 이 모임에 부합한 지, 혹시 분위기를 흐리진 않을지 끊임없이 판단하면서 탐색한다.

하지만 정이 많은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 말을 트고 뒤풀이를 함께 참석하면, 순식간에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낯선 사람'이 아닌 '아는 사람'의 범주에 상대방을 포함시켜 준다. 그리고 모임에 두 번째 참석할 때는 경계하는 대신 웃으며 한주의 안부를 물어오는 모임원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만' 남은 첫 독서모임


모임에 처음 가입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운영진의 성향이다. 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는 여러 번 참석을 하면서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에 참석했던 독서모임은, 북카페에서 책을 두어 시간 읽고 저녁 먹을 겸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뒤풀이'는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 인사도 나누고, 자기소개도 하고, 책 추천도 받으며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이다. 북카페에서는 책만 들여다보느라 서로의 정수리만 보이는데, 뒤풀이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빠르게 친해진다. 마치, 친구들과 함께 하는 회식자리 같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일부 운영진이 바뀌면서, 서서히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짧아지고 뒤풀이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운영진들이 독서보다는 이성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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