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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어 Nov 06. 2020

대만 여행, 이제야 추억합니다 01

나 홀로 7박 8일 대만 여행기-1일 차 기록

가오슝. 용호탑, 리우허 야시장


작년 10월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 홀로 7박 8일 여행이었다. 이때는 학교와 인턴을 병행했을 때였다. 운이 좋게 학교 휴일과 공휴일을 이용해 떠날 수 있었다. 물론 그전에 과제와 인턴 일을 한꺼번에 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다행 속 불행으로 여행 도중에도 과제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던 나의 대만 여행. 낮에는 덥고 밤에 적당히 쌀쌀할 때면 이때가 더욱 생각난다. 가끔씩, 밤의 서늘함은 나를 대만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까오슝과 타이베이 두 곳에 머물렀다. 까오슝에서 3박, 타이베이에서 4박을 했다.


공항버스 타러 갈 때, 비가 왔었다. 새벽에 출발했는데 엄마가 같이 버스 정류장까지 가주셨던 기억이 난다. 난 엄마 여행 갈 때 안 데려다줬는데.. 불효 자식은 웁니다.


오슝은 덥고 습했다. 대만은 한국 날씨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더 습하고 덥다.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날씨 같았다. 처음에는 덥다 덥다 하는데 나중에 포기함으로써 적응한다.



해외여행을 몇 번 가보지 않은 나한테 비행은 설레는 일이다. 비행시간은 2시간 반쯤. 대만은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다.


짐을 찾고 E 게이트를 통해 나온 후, 유심칩과 이지카드를 샀다. 이지카드를 지하철 타기도 전에 샀기에 토큰 같은 건 보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쉽다.


내가 묵던 게스트하우스는 미려도 역과 가오슝 메인 스테이션 사이에 있었다. 역과는 멀기 때문에 캐리어 끌고 가기 버겁기는 했다. 그래도 나름 저렴하고 근처에 야시장도 있기에 택한 곳이다. 가보니 깔끔하기도 했고. 다만, 역에서 숙소까지 바퀴벌레를 정말 많이 발견했다. 대부분 시체라 다행이긴 한데... 솔직히 살면서 바퀴벌레를 그때 제일 많이 봤다. 그래도 엄청 크진 않다. 초등학교 때 껌에 바퀴벌레가 붙어있는 장난감이 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의 크기와 징그러움이었다.


게하에서 짐만 두고 바로 용호탑으로 향했다. 버스는 눈치껏 탔다. 중국어 4급 수준의 나의 듣기 실력은 팅부동听不懂이고, 번체는 때려 맞춰야 했다. 상해 살던 시절, 눈치껏 사는 법을 체득했다. (쓰고 보니 '중국어 4급'과 '상해 살던 시절'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용호탑 근처에는 '삼우 우육면'이라고 유명한 우육면 집이 있다. 날씨가 하도 더워서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먹었는데, 한국 와서 보니 여기는 '찐'이었다. 여기만큼 맛있는 우육면 집을 못 찾았다. 한국에서 먹은 우육면 집은 대충 여기만큼 고기는 맛있는데, 국물이 따라오질 못한다. 다시 대만 여행을 가면, 여기는 꼭 재방문하고 싶다.


용호탑은 말 그대로 용과 호랑이가 있는 탑이다. 7층 높이고 올라가면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우상도 한눈에 보이길래.. 거기까지 가지 않고 멀찍이 바라보았다.


다음 코스는 한신 아레나의 딘타이펑이다. 딘타이펑은 워낙 유명해서 코스에 껴넣었지만, 배가 별로 안고파서 샤오롱바오 한 판만 시켜 먹었다. 상해 살 때도 딘타이펑에 갔었는데, 예전이나 이때나 딘타이펑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딘타이펑까지 갔다 오니 저녁이 되었다. 나는 리우허 야시장으로 향했다. 미려도 역 근처에 있다. 리우허 야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나는 파파야 우유, 닭똥집과 양꼬치, 석과를 사 먹었다. 석과를 제일 많이 기대했는데 솔직히 그저 그랬다.


리우허 야시장에서 서둘러 나온 이유는 미려도 역에서 라이트 쇼를 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쇼를 보러 온 사람은 꽤 있었다. 더워 죽겠지만 참고 기다려서 봤다. 옆 사람이 중국어로 말했다. "조금도 특별한 게 없네." 내 마음이 딱 그 마음이었다.

 

맛보기로 지낸 1일 차의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 날 본격적으로 관광해야 하므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석과를 먹으며 과제를 했다. 식당이 4,5층쯤에 있어 동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낯선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건,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서 자고 오는 기분이었다. 그때의 내게 할머니 집에서 자고 오는 건 일탈과도 같았다. 쳇바퀴 같이 굴러가던 일상 속에서 여행은 크게 무얼 하지 않아도 모든 게 특별해져 버린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이때의 기억이 사무쳐 다소 심란하다. 지금 상황에서 당분간은 가지 못할 여행이기에 더욱 그런 걸까. 코로나가 많은 걸 애틋하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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