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소통이 안되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11월 1일부터 11월 8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출장 다녀 온다. 7일까지의 일정은 다 마쳤다. 11월6일 일요일에는 미국에서 온 기술자 분도 내가 재직 중인 회사 분들도 모두 쉬는 날이다. 방문한 기술자는 50년 넘게 삶을 산 중년 남성이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보통 12시간 정도 우리 회사 장비를 점검해 주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일요일에 기술자 분과 동행하며 시간을 보낼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다.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일요일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언급이 금요일이 되어서도 없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통역을 지원하는 내가 내방한 해외 기술자를 데리고 모시고 다녀야 할 것이라는 주변 동료들의 언급으로 인해 “아, 일요일에도 그럼 나와야 하나?” 하고 짐작을 했을 뿐이다.
다만, 이번 주 화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해외 업체 기술자의 입국 일정부터 출국 일정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있던 2팀 ㅊ팀장님께서, 왜 지난 일요일 일정에 관해서는 나에게 한 마디도 언급이 없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 내가 이천에서 숙박을 하고 일요일에 함께 이동하는 지, 일요일에는 몇 시에 보는 지 그리고 어디를 갈 지, 기술자와 둘이 다니는 지와 같은 세부 사항들 말이다.
나에게 그런 것들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하지도 않으니 ‘팀장님이 뭐 준비한 게 있으시나?’와 같은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내 일에 전념을 했다. 출장 와서 통역을 12시간 내내 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고되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금요일 오전 즈음 ㅊ팀장님과 둘이 있을 때 일요일에 기술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물으니, 너도 나와야지 라는 답변을 들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일요일에 근무를 해야 될 상황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나는 매우 언짢았다. 나는 ㅊ팀장님과 명백히 다른 팀 이고, 2팀 업무를 지원하게 된 것인데, 그 어떤 것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너무 당연한 듯이 일요일에 일을 해야 되고 이에 대한 제반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지 말이다.
그리하여, 팀장님께 일요일에 일하면 다른 날 내가 쉴 수 있냐고 물었다. 그건 자기 권한 밖이라고 했다. 굳이 대체 휴가를 받고 싶다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금요일 오전인가 이른 오후 즈음 나의 1차적인 일요일 근무 여부에 대한 대화는 거기에서 그쳤다.
금요일 일과를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한 방에 모여서 팀장님을 포함한 2팀 인원들과 함께 술을 먹게 되었다. 술을 마시던 와중에 2팀 ㅅ과장님께서 나에게 일요일에 기술자를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단편적인 물음이 아니라, 그것을 주제로 잡는 뉘앙스로 대화가 이어졌고, 나는 아까의 감정이 다시 되새김질 되면서, 일요일에 안 갈 거 같다라고 팀장님과 이야기 되었다고 답했다. ㅊ팀장님도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너가 없으면 기술자 누가 함께 있어주느냐 이런 말이 오가다가, 나는 그럼 대체 휴무를 주는지 물어 보았다. 2팀 분들은 내가 이전에 휴일 근무를 했을 때 대체 휴가를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전부 다 받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소기의 성과는 관철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술을 마시던 당시 제법 위화감이 돌았다는 사실이다. 2팀의 경우에는 약 2달 전부터 이천에 숙소를 잡고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주말에도 일을 해 왔다. 그에 대한 보상이나 대체 휴무 같은 것은 없이 말이다. ㅅ과장님께서는 자기를 봐서라도 내가 일요일에 기술자를 인솔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봤으나, 나는 굳게 안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서, 술자리가 제법 이어지다가 한명 두명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고 술자리는 파했다.
토요일 일과를 다 마치고, 다른 분들과 서울로 카풀을 하면서 올라가는데, ㅊ팀장님과 파견 온 기술자 둘이 저녁을 먹는다고 들었는데, 나 없이 소통이 어려울 것을 생각하니, 이게 또 신경이 쓰이더라. 토요일 저녁 그리고 일요일 오전에도 팀장님에게 나도 같이 가겠다는 뜻을 전화통화로 전달했으나, 괜찮으니 푹 쉬어서 남은 일정 동안 업무 잘 해달라고 하고 대화가 종료 되었다.
2016년 11월 7일 오늘 오전 즈음, ㅅ과장님에게 지난 금요일 술자리에서 감정이 격앙되어서 매몰차게 안 된다고 했다는 데에 대해 살포시 사과를 했고, 뒤끝 없는 ㅅ과장님께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유하게 넘어갔다. ㅊ팀장님께서도 어제 자녀분들을 데리고 기술자 분을 데리고 이천 도예마을, 도자기 박물관을 잘 다녀왔고, 점심도 함께 맛있게 먹고 헤어졌다고 하더라.
내일이면 출장 종료다. ㅊ팀장님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를 좀 받지만, 그래도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일하는 회사 동료들이 전반적으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