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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r Mar 09. 2017

20170309 8박 9일 출장을 마치고 나서


 3월 1일 수요일부터 내일까지 예정되었던 출장이 오늘 부로 매듭 지어졌네. 업무를 하며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졌던 점들 중 크게 다가오는 한 가지는, 내방했던 2명의 외국 엔지니어들 중 1명, 브렌트가 낙천적이고 나와 유머 코드가 통했다는 점이야. 나의 별 시덥지 않은 소리와 쉴새 없는 라임 공세에 브렌트는 어느덧 내가 그에게 bad influence를 행사하고 있다는 말을 웃으며 토로했어. 오늘은 이런 저런 드립을 교환하다가 문득 그는 내게 “You are rubbing me off” (니 놈에게 내가 물들고 있어!) 라는 말을 했었지.


브렌트랑 수다를 떨다 보면 새롭게 배우는 표현들이 있어. 간간히 나도 그에게 실제 미국 사람들이 잘 안쓰는 거 같은 어휘 (ex, enervate, vivacity)를 사용하면 니 뭐라 캣노 하는 반응을 보여서 내가 사전으로 확인시켜 주기도 했어. 이에 고무 되었는지, 레알 미쿡인이 쓰는 격언이나 생활 문구, 어휘를 간간히 알려줬는데, 긴 건 머리에 남기기 좀 어려워. 대신, 요새 영화로도 개봉한 Moonlight가 동사로 (은밀히) 부업을 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게 인상적이 었어.


브렌트는 내일 출국하지만, 그의 동료 미치는 어제 이미 출국 했어.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 욕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조심스럽지만, 브렌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회사가 업무를 하는 방식이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 했어. 다행인 점은 내 직무가 연구소 엔지니어들처럼 유기적이지 않다는 점이야.


이 회사에 근무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1주일 넘도록 보통 9시 전후에 퇴근하고, 주말까지 포함해서 9일을 쉼없이 일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덕분에, 출장을 위해서 읽을 책을 3권 준비 했는데, 막상 읽은 책이 1권도 없을뿐더러, 읽은 분량도 극히 미미해.


나는 서울 연구소 연구지원팀 소속인데, 이번 출장은 연구2팀의 프로젝트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이천 본사 출장이었어. 9일간 함께 먹고, 일하고, 술 마시고 그리고 같은 숙소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맹목적인 열심 & 쉼 없는 노동은 개인의 기민함과 생동감을 떨어트린다는 거였어.


좋은 사람들인데 일련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한 켠, 동료들과 다른 직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졌지.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원래는 브렌트가 토요일 비행기표로 출국 예정이었으나 금요일로 하루 일찍 당겨서 출국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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