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뭉몌 Dec 06. 2023

'월반/조기입학', 무엇이 불편하신가요?

저희 애가 무슨 잘못이라도?

* 조기입학은 대충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말씀을 하셔도 조기입학을 취소할 생각은 없습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의 수 계산은 제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걱정은 이미, 충분히, 넘치도록 했습니다.


<모든 조기입학생들과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조기입학은 정말 별 거인가




조기입학을 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아무런 걱정과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그런 고민들과 그 고민들에 대해 내가 내린 답에 대해서는 차차 공유하기로 하고(은근한 다음 화 예고), 오늘은 조기입학에 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나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경우 '아이를 조기입학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했을 때 대부분 (나의 성격과 직업을 포함해서)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군요~", "ㅇㅇ이는 잘할 거예요.", "네가 그렇게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는 반응이 보통이었지만, 주변에 조기입학을 시킨 분 또는 시키기로 고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뭇 다르다.


조기입학에 관해 큰 불편감이 없는 분들이 볼 때 오늘 내 글은, 어쩌면 조기입학 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글을 쓰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심지어 이 글은 작가의 서랍에도 없던 글이다. 즉, 쓸 생각이 없던 주제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한 번쯤 다뤄 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 본다. 왜냐면 나를 제외한 조기입학 유경험자 또는 예정자 지인들의 경험에 비춰 보았을 때 이 문제가 마냥 우리의 피해의식 내지는 과민반응 또는 쉐도우복싱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려보며) 아이코, 애가 영재라서? 그렇게 똑똑해요?”
"우리 아이에게 형이라고 하지 않는 거 불편해요."
(동네 엄마들 다 함께) "그 집 애 때문에 이 동네 족보 다 꼬였어요."



이 대사들은 실제로 조기입학을 시켰거나 시키기로 결정한 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것들이다. 지인들, 특히 아이의 같은 반 엄마들에게 월반 및 조기입학에 관해 오픈할 때는 이 정도 말을 들을 각오는 해야 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웬만한 정신으로는 조기입학의 '조' 자도 꺼내기 어렵지 않을까.



사실 이런 반응은 조기입학뿐 아니라 월반의 경우에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글 읽기를 멈추고 아무 맘카페에나 '저희 아이가 1월생인데 월반을 시킬까 고민 중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글을 올리면 십중팔구 '저희 애도 1월생이라 빠른 편이었는데 저는 제 나이에 보냈어요. ', 그 나이 때는 한 달 한 달이 차이가 크더라고요. 저는 제 나이에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등의 댓글이 우르르 달릴 것이다. 만약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라는 댓글이 달린다면 그들의 대부분은 주변에서 조기입학 또는 월반을 한 아이들 키우는 걸 봤거나 본인이 키우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다음 캡처 사진은 내가 직접 검색을 하다 발견한 글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불만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



나는 첫째 딸이 5세(53개월)가 되었을 때, 3월도 아닌 9월에 처음으로 기관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6세 반으로 월반하면서(이 과정도 정말 순탄치 않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주제 하나를 할애해 써볼까 한다.) 말이다. 내가 5세에 6세로 월반시킨 경험이 있는 엄마라 그런가 이런 글을 만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분의 글에 답을 달아보며 월반 및 조기입학에 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고 한다.


1. 부모가 신청을 하는 건지 : 네. 제가 신청했고 원장(병설의 경우 학교장) 승인 후에 입학했습니다.

2. '같은 또래와 생활하지 않고' : '같은 또래'의 정의가 육체 나이, 그것도 같은 해 1월부터 12월로 나뉘어야만 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3.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할 텐데 : 조기입학한 고학년 학생의 담임을 해 보았는데 그 학생 너무 잘 지냈습니다. 제 친한 친구 중에도 조기입학생이 제법 있고요. 한 살 많은 친구들에 비해 높은 성취를 보이며 잘 다녔네요.

4. 5, 6살 이상 월반하는 건 의미 있다고 보는데 : 이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란 건 잘 모르시나 봐요. 백강현 군의 일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5. 아이만 나중에 힘들어질 것 것 같아서 좀 보기 그렇네요 : 어떻게 힘들어질 것 같은지, 무엇이 보기 그런지 궁금하네요. 혹시 그 아이 엄마보다 그 아이에 대한 이해가 높으시고 그 아이를 더 사랑하시는 건지요.



일반적으로 '월반/조기입학'을 한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3, 5번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부모가 소위 '욕심'을 낸다고 느끼는 것일까? 설령 욕심을 낸다 한들 그게 본인 아이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기에 이렇게 싫어하는 것인가.


자식에게 욕심이 없는 부모가 있기는 할까 싶다. 그 욕심이란 게 참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예를 들어 어떤 엄마가 아이 교육에 욕심이 있어 이 학원 저 학원을 무리하게 보낸다고 치자. 그런 경우에도 대놓고 뭐라고 할 만큼 싫어할지 의문이다.





얼마 전 우리 딸과 같은 18년생 조기입학 예정자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은 이렇다.


"얼마 전에 ㅇㅇ이(6세)네 반 첨 보는 7세(월반이 아니라 통합 학급 재원 중) 엄마랑 얘기하다 내년에 조기입학 시킬 거라고 잘 부탁드린다 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표정 굳으며 절 놀려보네요. 이렇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거 살며 처음 당했어요. 이게 현실이구나 싶어요. 본인은 그렇게까지 살벌하게 본 줄 모를 거예요. '아이코 애가 영재라서? 그렇게 잘해요?'라는데, 아니라고 집에 사정이 있어서 빨리 간다고 말했어요."


이쯤 되면 조기입학생들의 죄목은 그저 '기분상해죄'인가 싶을 지경이다.



이분은 결국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셨다.



이 외에도 정말 많다.


대부분 조기입학생들의 부모는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조용히 이사를 가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학군이 아닌 곳에서 유아기 기관 생활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심하면 이사를 감행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






전해 들은 이야기다.


이 아이는 6세 10월까지 A기관으로 다니다가 11월에 B기관으로 옮기며 월반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기입학까지 무난하게 진행되는가 했더니... 입학한 학교에 알고 보니 A기관에서 친구로 지내던 아이의 연년생 형제가 1학년으로 와 있는 것이었다. 그 뒤가 더 가관인데...


A어린이집에 다니던 엄마들 여럿이 몰려와 조기입학한 아이 엄마에게 "너희 아이 때문에 이 동네 족보가 다 꼬이지 않았느냐"며 집단으로 항의를 했다고 한다.

...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악취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의 또 다른 이야기.


이 아이도 조기입학을 했더니 유치원 친구의 연년생 언니가 거기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감동적이다. 이 '언니'가 하는 말, "작년까지는 내 동생 친구였지만 이제부터는 내 친구 하자. 내가 비밀로 해 줄 게."


나는 이 언니의 부모님께 찾아 가 어떻게 키우셨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학교에는 여러 학생이 있다. 그중 신체, 인지, 정서, 감정, 사회성 등의 항목에서 빠른 아이가 있고 늦은 아이가 있다. 이것은 소위 '제 나이'에 들어간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기입학 학생들도 발달의 이 수직선 중 어느 하나의 점 위에 있을 것이 분명하다. 1년 정도의 월반 내지 조기입학의 경우 발달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


더군다나 조기입학생들의 경우 부모 및 전문가가 봤을 때 몇 가지 발달 항목에서 빠르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막상 편견 없이 바라보면 그저 어느 항목은 느리고 어느 항목은 빠른 보통의 아이로 볼 수 있게 된다.


두 아이를 월반시켜 보고 크게 깨달은 점이 있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 양식을 따라 하며 발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준거집단이 어딘지 여부에 따라 아이의 행동 및 발달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남들과 다른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성향이 조기입학 또는 월반에 대한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한다. 흔히들 말하는 ‘제 나이에’, '또래와 함께', '족보가 꼬이지 않으려면' 등의 걱정이 바로 그런 사고를 내포한 게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된 어려움은 유치원 입학 상담 때에도 있었는데 이 이야기도 다음 기회에 풀어 보려 한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조기 입학은 별 거인가.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의해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조기입학, 무엇보다 내 아이의 조기입학에 관해서는 경험에 의한 사고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의 경험 및 직관과 함께 연구 및 실제 사례에 근거해 깊은 고민 끝에 판단하게 되었고 당연히 주변의 조기입학 유경험자(본인 또는 자녀)의 조언 및 경험도 귀담아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까지 조기입학에 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부정적 의견의 대부분이 ‘아이의 내적 요소’에 의한 것이 아닌 ‘외적 요소’에 의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나이로 인한 따돌림,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무시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조기입학이 문제인가 유연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문제인가 의문을 던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만 5세. 조기입학을 신청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